최근 복제견 학대 실험 의혹이 제기되면서 새삼 복제동물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1996년 포유류로는 처음 돌리가 태어난 이후 소, 쥐, 낙타, 원숭이 등 다양한 동물이 복제돼 왔다. 자연에서 나타날 수 없는 낯선 생명체에 대한 거부감도 점차 사라지는 듯했다. 공항에서 마약과 폭발물을 찾아내거나 인체에서 암세포를 탐지한다는 특수목적견을 복제해 활용하고 있다는 소식이 계속 들렸지만, 그저 흥미로운 생명공학 성과로 여겨졌다.
사회적 관심은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비롯됐다. 특수목적 활동에서 ‘은퇴한’ 복제견이 가혹한 실험 속에서 죽어갔다는 주장이 나왔다. 충격이었다. 이후 관심은 복제견이 특수목적 활동을 얼마나 뛰어나게 수행했는지에 대한 사안으로까지 이어졌다. 정부 차원에서 추진돼 온 복제연구사업의 타당성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 제기이다.
돌리는 엄마만 3마리였다. 체세포를 제공한 엄마, 난자를 제공한 엄마, 그리고 뱃속에서 길러준 엄마. 정자와 난자의 수정이 아닌, 일반 세포가 핵이 제거된 난자와 합쳐져 만들어졌다. 이론적으로 돌리의 외모는 체세포 제공 엄마와 거의 같다. 유전자의 거의 100%가 동일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성격은 어떨까. 특수목적견의 경우, 능력은?
여러 보도를 보면 능력 확보는 그리 성공적이지 않은 듯하다. 기대와 달리 어미의 뛰어난 탐지능력을 물려받지 못했다는 언급들이 소개됐다. 인터넷에서 복제동물의 능력이 검증된 사례가 있는지 찾아봤지만, 딱히 눈에 띄지 않았다. 대신 미국 식품의약국(FDA) 홈페이지에서 복제동물에 대한 ‘신화’를 일반인에게 설명해 주는 코너가 도움이 됐다.
능력이 복제되는지에 대한 직접적 설명은 없었다. 다만 기질과 성격이 동일하리라는 생각은 신화적 믿음이라고 했다. 일란성 쌍둥이의 예에서 보듯 유전자가 동일해도 성장 환경에 따라 두 개체의 기질과 성격은 전혀 달라진다. 그렇다면 오랫동안 국내에서 추진돼 온 복제동물 활용사업은 어떤 과학적 근거를 갖추고 있는지 궁금하다. 정말 뛰어난 능력을 물려받는다는 사실이 증명됐다면 일반인에게 널리 알렸을 법한데 자료를 찾기 어렵다.
실생활에서 만날 수 있는 또 하나의 복제 대상은 반려동물이다. 이미 10여년 전부터 고양이와 개를 복제해 주는 사업이 시작됐다. 지난해 3월 미국의 여가수 바브라 스트라이샌드가 죽어가는 반려견의 세포로 복제한 강아지 두 마리를 공개해 관심을 끌었다. 그런데 FDA에 따르면, 반려견과 복제견의 외모가 동일하리라는 생각 역시 신화에 속한다. 같은 유전자라도 역시 성장환경에 따라 작동 양상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젖소 홀스타인을 복제했을 때 얼룩점의 유형이나 귀의 모습이 미세하게 차이가 나는 일이 곧잘 벌어진다. 일란성 쌍둥이의 지문이나 주근깨 정도가 서로 다른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기질과 성격은 물론, 외모도 달라진다면 굳이 반려동물을 복제하려는 이유가 무엇일까.
비용도 만만치 않다. 인터넷을 검색해보면 개는 5만달러, 고양이는 2만5,000달러, 말은 8만5,000달러가 소요된다는 복제업체의 ‘공시가격’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이 가격이 어떻게 정해졌는지 정확히 모르겠지만, 여기에 실패 부담 비용이 포함된 것은 분명해 보인다. 최근까지 복제 성공률은 20% 정도라고 한다. 나머지는 복제 과정에서 폐기된다. 그래서 반려동물의 복제를 신청할 때 또 한 번의 슬픈 이별을 각오해야 한다는 말이 있다. 기형으로 태어나거나 유산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동안 국내에서 추진돼 온 복제동물 사업의 타당성은 윤리문제는 물론, 실효성 면에서 공개적으로 따져볼 필요가 있다. 실험실을 나와 우리 일상에 이미 침투해버린 복제동물의 존재가 여전히 낯설게만 느껴진다.
김훈기 홍익대 교양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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