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힝야족 학살’ 사건을 취재하다가 구속돼 징역 7년을 선고 받은 로이터 통신 소속의 와 론(33), 초 소에 우(29)기자가 윈 민트 미얀마 대통령의 사면 조치에 따라 511일 만에 양곤의 한 교도소에서 풀려났다.
두 기자는 2017년 9월 미얀마 인딘 마을에서 무장 군인들에 의해 로힝야족 10명이 학살된 사건을 취재하며 이 사건에 가담한 퇴역 군인과 주변 목격자들로부터 다수의 결정적인 증언을 확보해 보도했다.이 보도는 로힝야족 인종청소 혐의를 부인해온 미얀마 군이 처음으로 군인과 불교도들에 의한 로힝야족 집단학살을 인정하는 계기가 됐다.
미얀마 정부의 눈엣가시였던 두 기자는 2017년 12월 "비밀문서를 주겠다"고 접촉해온 미얀마 경찰을 만나러 갔다가 '비밀 공무 활동' 혐의로 식당에서 체포됐다. 법정에선 두 기자에게 경찰 관계자가 "기자들을 체포하기 위한 함정 수사였다"고 증언하기도 했지만, 법원은 두 기자에게 징역 7년을 선고했다.이들은 항소했지만, 항소를 기각하고 징역 7년을 선고한 1심을 유지했다. 지난달에는 대법원이 상고를 기각했다.
가망이 없을 것 같은 두 기자의 운명에 대통령 사면이라는 기적이 일어났다. 이번 사면은 윈 민트 미얀마 대통령이 지난달부터 수천 명의 수감자들을 대거 사면 조치하고 있는 가운데 이뤄졌다. 이날만 6520명이 사면됐다. 미얀마에서는 자체적으로 새해가 시작되는 4월 중순의 축제(띤짠) 기간에 특별 사면을 단행하고 있다.
완고했던 법원의 결정이 대통령 사면으로 갑자기 뒤바뀐 것은 국제 연대가 두 기자의 석방을 촉구하는 노력이 한 몫을 했다.
2018년 11월 변호인이 항소를 제기하자 국경없는 기자회를 비롯한 50여 개 국제 및 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은 미얀마 검찰의 모순된 결정을 비판하는 공동 서한을 발표했다.두 기자의 구속 기간 동안 국제 인권 단체들은 지속적으로 "기자들을 석방하라"는 성명을 냈고, 미 국무부도 "표현의 자유에 대한 매우 부정적인 시도"라며 비판에 가세했다.
국제기구들과 미얀마 정부 간의 수개월간 협상을 벌어 얻어낸 값진 결과에 대해 국경없는 기자회 다니엘 바스타드 아태 데스크 대표는 수감되어서는 안 될 두 명의 개인에 대한 석방에 대해 “언론 자유와 체포 이후 끊임없이 석방촉구활동을 벌여온 국경없는 기자회의 근본적인 승리"라며 "이 사건은 민주주의 기능에 대한 저널리즘의 중요성을 상징한다. 우리는 미얀마와 국제적으로 이 두 기자의 운명을 잊지 않고 성공적인 결과가 나올 때까지 그들을 위해 계속 싸우는 시민사회 배우들의 역할을 언제든 환영한다."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는 미얀마의 어두운 군사 통치 기간을 지나 민간 정부로 옮겨가는 과정에서 성장한 두 기자에 대해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아웅산 수치 여사가 실질적 지도자인 나라 미얀마에서 사라져가는 민주적 희망과 약속의 상징이 됐다”고 전했다.
로이터 통신도 홈페이지 전면에 자사 기자들의 석방 소식을 전하며 "(두 기자는) 전 세계 언론 자유의 상징"이라며 추켜세웠고 퓰리처 위원회도 홈페이지에 두 기자의 석방 소식을 전하며 축하했다.
류효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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