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동휠을 타다 8세 여아의 다리를 부러뜨리고 달아난 20대 회사원에게 자동차 사고에나 쓰이던 뺑소니 혐의가 적용됐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10일 보행자용 도로에서 전동휠을 타던 중 아파트 후문에서 나오던 A(8)양을 치어 다리 골절상을 입힌 B(28)씨에게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치상, 즉 ‘뺑소니’ 혐의를 적용해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전동휠은 현행법상 ‘원동기장치 자전거’로 분류되어 있다. 원동기장치 자전거는 자동차와 함께 도로교통법 적용을 받는다.
경찰에 따르면 B씨는 지난 3월 27일 오후 2시 30분쯤 서울 대치동 포스코사거리에서 은마아파트 방향 보행자용 도로에서 전동휠을 타다 앞에서 걸어가던 A양을 뒤에서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A양은 오른쪽 다리가 부러지는, 전치 12주에 해당하는 다리 골절상을 입었다. B씨는 태연하게 A양에게 다가가 “왜 여기 넘어져 있냐”고 물어본 뒤 A양을 집으로 데려다 줬다. A양 할머니가 깜짝 놀라자 B씨는 “길에 혼자 넘어져 있었다”고 말한 뒤 황급히 떠났다.
멀쩡히 걸어가던 아이가 혼자 넘어져 다리까지 부러질 리 없다고 생각한 A양 부모는 일단 다리수술을 진행한 뒤 경찰서 문을 두드렸다. 경찰은 인근 방범용 폐쇄회로(CC)TV 60여 대를 분석, B씨를 찾아내 하루 만에 붙잡았다. CCTV엔 사고 당시 장면까진 나와 있지 않았다. 이 때문에 B씨는 경찰 조사에서 끝까지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쳐서 쓰려져 있는 아이를 구해줬는데 오히려 범인으로 몰려 억울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경찰은 뻉소니가 맞다고 봤다. 경찰 관계자는 “A양을 앞질러 가던 B씨가 황급히 되돌아오는 장면이 CCTV에 고스란히 담겨 있고, A양이 ‘B씨가 뒤에서 쳤다’고 진술하는 등 충분히 혐의를 입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진만 기자 bpb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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