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부평구의 외국인 노동자 무료 진료소 ‘희망세상’에서 외국인 환자가 치과 치료를 받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얼마 전, 단골 미용실 원장이 헤어컷을 하면서 말을 너무 얄밉게 하는 손님이 있었다는 이야기를 꺼냈다. 미용실이라는 곳이 조용히 앉아 머리만 하고 가는 경우는 거의 없다. 대부분의 경우, 어디 사는지 등등 가벼운 대화를 나누게 되는데, 아마 이 이야기는 그런 와중에 나온 것 같다.

이 손님은 거의 평생을 해외에서 보낸 교포였다. 그런데 한국에 들어와 있는 이유가 특별했다. 6개월을 한국에서 보내기만 하면 지역의료보험에 가입할 수 있기 때문에, 그 6개월을 채우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것이다. 미용실 원장이 얄밉다고 한 이유는, 평생 세금과 건강보험료 한푼 안내고 산 사람이 대한민국 국민의 돈으로 운영되는 의료보험의 혜택을 공짜로 받으려 한다는 점이었다. 게다가 철저하게 그것만을 목적으로 한국에 머문다는 것이 너무 미웠던 게다. 왠지 어디서 한번쯤은 들어본 이야기 같을 것이다.

이미 한참 전에, 언론들은 외국인들이 부당하게 의료보험 혜택을 받는 실태에 대해 수없이 보도했다. 예를 들면, 한국에 입국해서 1억원이 넘게 드는 치료를 받고 떠났다느니 하는 따위의 이야기들이다. 아마 이런 이유 때문에 의료보험 혜택 범위가 이후 약간 바뀌었을 것이다. 현재 기준은 이렇다. 외국인이 국내에 들어오면, 입국 날짜가 기록이 된다. 가령 2019년 1월 1일에 입국했다고 치자. 이후 6개월간 출국을 한 번도 하지 않고 한국에 머물게 되면 6개월 후인 2019년 7월 1일경에는 지역의료보험 가입이 가능해진다. 즉, 이때부터 한국의 의료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합법적으로 한국에서 직장을 갖지 않고 6개월을 지속해서 있을 수 있는 사람들이 이 혜택을 악용할 수 있게 되는데, 결국 해외에서 거주하는 교포들이 이 부류에 많이 들 수밖에 없다. 대한민국은 F4라는 해외동포 비자를 주고 있고, 이 비자는 6개월 이상 체류가 가능하다. 앞의 미용실 손님처럼 말이다. 일반 외국인은 의료보험 혜택을 받기 위해 6개월을, 그것도 아무런 직업도 없이 거의 불법으로 머문다는 것이 쉽지 않다. 직장이 있다면 직장 의료보험에 가입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 규칙은 어느 정도 목적을 달성한 것일수도 있다.

그럼 한국에서 10년간 직장을 다니며 살았고, 소득세도 꼬박꼬박 내고, 근로자가 내는 3% 이상의 건강보험료를 낸 외국 기업의 외국인 임원이 회사를 그만두고, 한국에서 일하면서 살기로 했다면 어떻게 될까. 당분간 새로운 직업을 찾기 위해 직업이 없는 상태라면? 직업이 없어진 그날부터 의료보험 가입자 자격을 박탈당한다. 그리고 앞의 규칙대로 6개월이라는 시간을 한국에서 다시 보낸 후에야 지역의료보험 가입자 자격을 얻을 수 있다. 만약 2019년 1월 1일부터 날짜 카운팅이 시작됐고, 2019년 2월 15일에 해외로 나가 일주일 정도 있다 돌아왔다면 이 6개월의 날짜 카운팅은 2019년 2월 15일부터 다시 시작된다. 무조건 한국에 최근 들어온 날짜부터 6개월이 다시 계산되는 것이다. 지난 10년간 수억 원을 소득세, 의료보험료로 냈어도 소용이 없다는 얘기다.

애초에 외국인들이 한국의 의료보험을 이용하는 데 화가 났던 이유는, 세금 한 푼 안내고 우리가 낸 세금을 쓴다는데 있었다고 본다. 한국인들이 무조건 외국인이라고 미워서 차별하려 한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그렇다면, 의료보험의 혜택 기준을 그냥 무조건 한국에 머물면서 시간을 떼우면 되는 것보다는 일정 기간 동안 얼마만큼의 세금을 내는 것을 통해 대한민국에 공헌을 한 외국인으로 제한하도록 바꿔야 하는 것 아닐까.

국가 복지행정에 대한 나의 무식함에서 나온 의문일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인정한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이런 불합리한 제도들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

영주 닐슨 스웨덴 예텐보리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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