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번째 전술유도무기 시험… 평택 기지 사정권 ‘경고성’
9일 평안북도 구성 인근에서 동해 방향으로 이뤄진 북한의 미사일 추정 무기 발사는 올 들어 2번째인 신형 전술유도무기 사격 시험일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 다수의 분석이다.
신종우 국방안보포럼(KODEF) 선임분석관은 이날 본보와의 통화에서 “비행 거리나 고도로 볼 때 오늘 북한이 쏜 발사체는 ‘북한판 이스칸데르’로 불리는 지대지(地對地) 탄도미사일일 개연성이 있다”며 “최대 사거리가 500㎞가량인 만큼, 200여㎞ 날려보낸 닷새 전 호도반도 시험이 사거리 축소 시험이었다면 이번은 실거리 사격”이라고 말했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도 “4일 사거리를 줄여 발사해 본 뒤 이번에 내륙을 통과하는 실전 발사를 통해 신형 무기의 안정성과 신뢰성을 보여준 것 아닐까 싶다”며 “오산과 평택 미군기지가 사정권이라는 대미 경고 성격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사거리만 놓고 보면 이번 발사체가 300~500㎞ 날아갈 수 있는 스커드 계열 단거리 탄도미사일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군에 따르면 발사 시각이 이날 오후 4시 29분인 첫 발은 420여㎞를, 20분 뒤 발사된 두 번째 발은 270여㎞를 비행했다. 그러나 고도가 통상적인 스커드 계열 미사일의 특성과 다르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사거리 300㎞ 때 90여㎞, 500㎞ 때 140여㎞ 정도 올라가는 스커드 미사일과 달리 이날 북한이 쏜 발사체의 경우 두 발 모두 고도가 50여㎞에 불과했다.
북한이 신형 전술유도무기라고 밝힌 4일 발사체 역시 약 240㎞를 비행하는 동안 60여㎞밖에 올라가지 않았다. 러시아가 개발한 지대지 탄도미사일 이스칸데르는 고체 연료를 사용하기 때문에 연료 용량으로 사거리를 조절할 수 있지만 정점 고도는 대부분의 경우 50~60㎞다. 전문가들은 이를 근거로 북한이 이스칸데르를 모방한 전술유도무기를 개발했을 수 있다고 추정한다. 실제 지난해 2월 8일 북한군 창설 70주년 기념 열병식 때 이스칸데르와 외형이 유사한 미사일이 공개되기도 했다.
이스칸데르는 비행 궤적이 복잡해 방어가 어렵다는 게 특징이다. 급하강하다 수평 비행을 하고, 목표물 상공에서 수직으로 내리 꽂히는 식이다. ‘이동식 발사 차량’(TEL)에 탑재돼 어디로든 기동성 있게 움직일 수 있고, 고체 연료를 사용하는 만큼 연료 주입 시간도 필요 없다. 러시아는 이 미사일을 2006년 실전 배치했다.
발사 장소도 신형 미사일일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북한이 미사일을 쐈다는 평북 구성 지역은 탄도미사일 개발 단지로 알려진 곳이다. 미국의 외교안보 싱크탱크들은 장거리 탄도미사일인 화성-14형과 화성-15형을 개발ㆍ생산하는 곳으로 이 지역을 지목하기도 했다. 과거 시험 발사도 ‘무수단’이나 ‘북극성’ 같은 신형 미사일이 대상이었다. 미국령 괌이나 미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장거리 탄도미사일 개발에 북한이 열을 올리던 2017년 당시 신형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 화성-12형(5월)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형(7월)을 시험 발사한 곳도 구성 일대였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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