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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눕기동’ 김기동 감독 “너무 몰입했더니 다리 힘 풀리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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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눕기동’ 김기동 감독 “너무 몰입했더니 다리 힘 풀리더라”

입력
2019.05.10 14:00
수정
2019.05.10 21:04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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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동 포항 신임 감독이 8일 포항 송라클럽하우스 내 훈련장에서 활짝 웃으며 드러눕고 있다. 포항=김형준 기자
]김기동 포항 신임 감독이 8일 포항 송라클럽하우스 내 훈련장에서 활짝 웃으며 드러눕고 있다. 포항=김형준 기자

포항과 울산의 올해 첫 ‘동해안 더비’가 열린 지난 4일 포항 스틸야드. 이날 경기장에선 라이벌전 승리를 위해 뛰는 선수들의 움직임만큼이나 화려한 몸짓으로 주목 받은 이가 있었다. 지난달 23일 포항 신임 사령탑으로 부임한 김기동(48) 감독이다. 열정 가득 담긴 지시, 아쉬움 짙은 탄식, 애정 듬뿍 실은 ‘엄지 척’까지 선수들의 플레이 하나 하나에 영혼 충만한 몸짓을 보낸 그의 ‘리액션 묶음’ 영상은 경기 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수없이 공유됐다.

이날 김 감독의 모든 액션 가운데 단연 압권은 전반 37분 주장 김승대(28)의 슛이 왼쪽 골 포스트를 비껴가자 벤치 앞에서 드러누우려다 벌떡 일어난 모습. 이 장면을 두고 축구팬들은 소문난 ‘리액션 부자’ 위르겐 클롭(52) 리버풀(잉글랜드) 감독과 견줘도 뒤쳐지지 않는다는 비교부터, ‘눕기동’이란 별명까지 붙이며 초보 감독의 열정에 미소 지었다. 8일 포항 송라클럽하우스에서 만난 김 감독은 이 장면을 두고 “아까워서, 너무 아까워서 그런 것 같다”며 “막상 감독 자리에 앉으니 경기에 너무 몰입한 나머지 아까운 기회가 날아가자 내 다리 힘까지 풀리더라”며 웃었다.

김기동 포항 신임 감독이 지난 4일 하나원큐 K리그1 울산과 동해안 더비에서 김승대의 슛이 골문을 비껴가자 경기장에 드러눕는 듯한 액션을 취하고 있다. SPOTV 캡처
김기동 포항 신임 감독이 지난 4일 하나원큐 K리그1 울산과 동해안 더비에서 김승대의 슛이 골문을 비껴가자 경기장에 드러눕는 듯한 액션을 취하고 있다. SPOTV 캡처
김기동 포항 신임 감독이 지난 4일 하나원큐 K리그1 울산과 동해안 더비에서 다양한 표정으로 경기를 지휘하고 있다. SPOTV 캡처
김기동 포항 신임 감독이 지난 4일 하나원큐 K리그1 울산과 동해안 더비에서 다양한 표정으로 경기를 지휘하고 있다. SPOTV 캡처

김 감독은 “수석코치 땐 최소한의 몸짓만 한 것 같은데, 막상 감독이 되니 선수들 플레이 하나 하나에 반응을 하게 됐다”며 막중한 자리가 짓누르는 부담감을 에둘러 전했다. 그간의 부담감에 대해 묻자 그는 “감독 부임 사흘 뒤인 26일 홈에서 열린 수원전까지 온갖 걱정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커지면서 잠도 못 자고, 밥도 잘 넘어가지 않았다”며 “평소 71㎏을 조금 넘던 몸무게가 68㎏까지 빠졌을 정도”라고 했다.

실제 그가 감독을 맡기 전까지 포항은 시즌 8경기에서 2승 1무 5패에 그쳐 최하위권을 전전했기에 분위기 반전이 절실했다. 포항은 결국 최 감독을 대신해 수석코치를 맡고 있던 김 감독을 후임 사령탑으로 앉히며 팀 분위기 쇄신을 꾀했고, 다행히 김 감독은 데뷔전에서 수원을 1-0으로 꺾고 오랜만에 발을 뻗고 잤다. 김 감독은 “팀이 절박한 상황인데 첫 경기부터 꼬이면 갈수록 더 힘들어질 거란 생각이 컸다”면서 “수원전을 마친 뒤엔 밀린 잠이 쏟아져 12시간 이상을 잔 것 같다”고 떠올렸다.

[저작권 한국일보]김기동 포항 신임 감독이 8일 포항 송라클럽하우스 내 훈련장에서 엄지손가락을 들어보이고 있다. 포항=김형준 기자
[저작권 한국일보]김기동 포항 신임 감독이 8일 포항 송라클럽하우스 내 훈련장에서 엄지손가락을 들어보이고 있다. 포항=김형준 기자

난적 수원을 꺾으니 선두권 울산과 동해안 더비가 눈 앞에 다가왔다. 하지만 김 감독은 오히려 수원전에 비해 자신 있었다고 한다. 선수들의 자신감과 자세가 사뭇 달라진 걸 느낀 때문이다. 그는 “울산전을 앞두고 경주시민축구단(K3리그)과 연습경기 결과가 좋지 않았는데 주장 김승대가 찾아와 ‘선수들이 자진합숙을 하겠다’고 말해 조금 놀랐다”고 했다. 다만 “울산전을 이기면 선수단에 휴가 이틀(원래는 경기 다음날만 휴가)을 달라”는 김승대의 요청을 흔쾌히 받아들였다고 한다. 결과는 2-1 역전승. 김 감독은 “지금까진 선제골을 내주면 답을 찾기 어려웠는데 그날 기어코 역전을 해내는 걸 보고 선수들이 비장하게 준비했단 느낌을 크게 받았다”고 말했다.

팀 성적은 어느덧 12개팀 가운데 6위까지 올라섰지만 김 감독은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라며 다시 고삐를 바짝 죘다. 울산전보다 되레 최하위 인천과 11라운드 경기가 더 부담이란다. “선수들이 자칫 2연승에 자만하면 남은 시즌이 고단해진다”는 그는 “앞으로 성실히 훈련하고 실력을 키우는 비(非)주전 선수들도 꾸준히 살필 것”이라고 강조했다. 포항 연습생에서 레전드가 된 현역 시절 자신처럼 지금은 K3리그에서 최용우(31)처럼 팀을 위해 뛸 준비가 된 선수들에겐 아낌없이 기회를 주겠다는 얘기다.

포항=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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