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닷새 만에 왜 또 쐈나] 
 비핵화 협상 속도전 기대했다가 식량지원 카드에 발끈 
 조선신보 “정책적 판단 기회 상실되면 핵대결 국면 재현” 
북한 외무성 대변인이 4일 이뤄진 발사체 발사에 대해 "정상적이며 자위적인 군사훈련"이라는 입장을 밝혔다고 조선중앙TV가 8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북한이 4일 동해로 전술유도무기를 발사한 지 닷새 만에 단거리 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 두 발을 다시 쏜 것은 미국과 한국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대체적이다. 북한은 속도전(戰)을 원하는데 한미가 대수롭지 않다는 듯 서두르려는 기색을 보이지 않자 무력 과시 강도를 높였다는 것이다. 한미가 북한 시위의 대응책을 인도적 지원으로 설정하며 자존심을 훼손한 데 대한 불만일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9일 추가 발사 역시 북한은 정상적ㆍ방어적 군사 훈련이라고 주장할 가능성이 현재로선 커 보인다. 전날 북한은 외무성 대변인 입을 통해 4일 단거리 발사체 발사와 관련, “어느 나라나 국가 방위를 위한 군사 훈련을 진행한다”며 “이것은 지극히 정상적인 일로서 일부 나라들이 다른 주권 국가를 겨냥하여 진행하는 전쟁 연습과는 명백히 구별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발사체 논란이 채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북한이 다시 군사 행동에 나선 건 한미에 대한 항의 차원일 공산이 크다는 게 중론이다. 우선 발사 이후 한미 반응이 영 탐탁지 않았을 것이라는 추측이 제기된다. ‘비핵화 문턱을 낮추라’는 자신들 요구를 관철시키려는 용도로 단거리 발사체를 발사했는데도 미국이 이에 대한 답은 없이 ‘협상을 지속하겠다’는 식의 태평한 태도를 보이자 북한으로서는 보다 수위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을 개연성이 있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북한은 발사체를 쏴 올림으로써 2017년 핵 무력 완성 이후를 연상케 하는 속도전을 기대했을 텐데 한미는 상황을 관리하는 데에 주력했다”며 “(추가 발사는) 도가 되든 모가 되든 승부를 걸겠다는 의도였을 것”이라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을 결단을 내려야 하는 처지로 북한이 몰아넣었다는 것이다.

북한 도발을 잠재우는 수단으로 한미가 꺼낸 인도적 지원 카드가 역효과를 냈다는 분석도 나온다. 7일 청와대는 “한국이 인도적 차원에서 북한에 식량을 제공하는 것이 매우 시의적절하며 긍정적인 조치가 될 것”이라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에서 말했다고 밝혔는데,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인도적 지원을 바라고 군사 행동을 한 것처럼 한미가 반응하자 북한의 자존심이 상했을 수 있다”고 했다.

추가 시위 가능성도 없지 않다. 북한이 자신의 군사 행동을 자위적 성격이라고 주장하면서 비핵화 협상이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갈 때까지 압박 강도를 꾸준히 높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날 친북 매체인 재일본 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는 4일 북한의 단거리 발사체 발사와 지난달 16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신형 전술유도무기 사격 시험 지도 사실 등을 거론하며 “강력한 군력에 의해서만 평화가 보장된다는 철리, 조성된 정세 하에서 자위의 원칙을 견지하며 나라의 방위력을 다져야 한다는 정책적 판단에 따르는 행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조선이 제시한 시한 내에 미국 측이 그릇된 태도를 바로잡지 못하고 제3차 (북미) 수뇌회담(정상회담)이 열리지 않는 경우 상황은 바뀔 수 있다”며 “핵 협상의 기회가 상실되면 핵 대결의 국면이 재현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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