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 승객 동승 모빌리티 서비스 2개 고배
‘규제 샌드박스’의 힘을 빌어 규제 장벽을 넘어보려 했던 승차공유 서비스들이 이번에도 고배를 마셨다. 이해관계자들의 입장이 복잡하게 얽혀있어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모빌리티 업계에서는 “전면 허용도 아닌 제한적 허용 여부에서부터 막히는 상황이라면 모빌리티 산업은 계속 손발이 묶일 수밖에 없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9일 유영민 장관 주재로 ‘제3차 신기술ㆍ서비스 심의위원회’를 열고 규제 샌드박스에 신청된 안건을 논의했다. 올해 1월 시행된 규제 샌드박스는 각종 규제를 일정 기간 조건을 건 채 시범적으로 면제해주는 제도로, 불합리한 규제에 막혀 있던 신기술ㆍ서비스를 시장에서 시험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규제 혁신의 실험실’로 평가받는다.
이날 관심이 집중된 것은 택시 동승ㆍ합승과 관련해 스타트업 코나투스와 벅시ㆍ타고솔루션즈가 내놓은 모빌리티 서비스 2가지였다. 이 안건들이 통과되면 규제 샌드박스 제도가 ‘불법’ 딱지로 꽉 막힌 모빌리티 업계의 숨통을 틔워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기정통부는 이 두 건에 대한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다음 달 회의에서 재논의하기로 했다.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국민에게 미치는 영향을 충분히 더 고려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야간 시간대 이동 경로가 70% 이상 같은 승객 2명을 택시에 동승할 수 있도록 이어주는 앱 ‘반반택시’를 내놓은 코나투스는 서울시에서 책정하는 ‘콜비(호출료)’ 기준에 대한 실증특례를 신청했다. 승객 2명이 동승하는 만큼 택시기사에게 더 많은 인센티브를 주기 위해 현재 2,000~3,000원 수준으로 책정된 콜비를 2배 더 높게 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는 내용이다. 그러나 심의위는 이 모델이 현행법상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는 택시 합승이 될 수 있다며 판단을 보류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코나투스 측은 합승이 아닌 ‘자발적 동승’이라고 표현하고 있지만, 1980년대 합승이 불법으로 규정됐을 때 불거졌던 안전 문제 등을 고려하면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벅시와 타고솔루션즈가 함께 신청한 안건은 △대형 택시에 대한 합승 허용 △6~10인승 렌터카 운전자 알선 허용이다. 현재 불법임에도 대중교통이 부족한 새벽 시간대 공항이나 서울역 등에서 승객 여러 명을 6~10인승 렌터카에 태워 도심~공항 구간을 운행하는 기사들이 있는데, 수요가 계속 발생하고 있는 만큼 제한적으로나마 합법적으로 중개하는 앱을 내놓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회의에서는 택시 합승이 민감한 문제인 데다, 현재 허용되고 있는 11~15인승 렌터카에 이어 6~10인승 렌터카까지 기사 알선을 허용한다면 유사택시영업이 될 수 있다는 반대 의견이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대부분 경유 차량인 6~10인승 차량을 렌터카로 허용하는 것은 정부의 미세먼지 절감 정책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반대 의견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과기부는 “국토교통부, 서울시 등 관계 부처와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듣는 과정이 필요하다”며 벅시ㆍ타고솔루션즈의 안건도 다음 회의로 미뤘다.
모빌리티 스타트업 관계자는 “제한적으로나마 규제를 풀어주기 위해 만든 규제 샌드박스에서도 여전히 사회적 합의를 이유로 택시업계의 눈치를 봐야 하니 지난 카풀 논의에서 한 발자국도 나가지 못했다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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