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입문 동기’ 이인영ㆍ나경원 원내대표로 첫 만남
이인영 신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9일 취임 후 첫 협치 행보로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를 만났다. 여당과 제1야당의 원내대표가 오랜 냉각기를 깨고 대화를 시작했다는 점에 여야 공히 의미를 부여한 가운데 일각에서는 여야 극한 대치의 후폭풍이 여전한 만큼 첫술에 국회 정상화를 낙관하는 것은 섣부르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3시 취임 인사 첫 일정으로 나 원내대표의 국회 사무실을 찾았다. 선거제·개혁법안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처리 과정에서 충돌을 겪은 후 처음으로 양당 지도부가 마주앉은 이날 만남은 우려와 달리 시종 화기애애했다. 나 원내대표는 “그동안 형님(홍영표 원내대표)을 모시고 일했는데 동생이 나타났다”며 “민생과 국민을 위한 국회가 된다면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가 되겠다”고 말해 웃음이 터졌다. 이에 이 원내대표는 “케미가 잘 맞는 협상 파트너라 생각한다. 밥도 잘 먹고 말씀도 잘 듣겠다”고 화답했다.
두 사람은 2004년 17대 국회에 나란히 입성한 이른바 ‘배지 동기’다. 다만 서로 살아온 궤적이 판이했다. 84학번인 이 원내대표는 고려대 총학생회장이자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 초대 의장을 지낸 대표적인 운동권 출신 정치인이다. 82학번인 나 원내대표는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판사 출신 스타 정치인으로 통한다. 두 사람은 상당한 기간을 원내에서 함께 했지만 지난해 국회 헌법개정 및 정치개혁특위와 국회 연구단체인 ‘한반도경제전략연구회’ 활동 외에는 뚜렷한 접점이 없다. 나이는 나 원내대표가 1963년생으로 이 원내대표보다 한 살 많다.
이날 이 원내대표를 배려해 민주당의 상징 색인 하늘색 자켓을 입은 나 원내대표는 “말 잘 듣는 원내대표가 되겠다고 했는데 설마 청와대 말을 잘 듣는 분은 아니실 거라 생각한다”고 뼈있는 농담을 던졌다. 이어 “국민 말씀을 잘 들으시면 같이 할 수 있는 폭이 넓어질 것이고, 야당을 국정 파트너로 생각하는 부분이 확대됐으면 한다”고 바람을 전했다.
이에 이 원내대표는 “원내대표 선거 직전에 우리가 국회에서 너무 심각한 갈등을 만들어냈기 때문에 치유하기 위해서 어떤 마음가짐을 가져야 하나 여러 번 반문했다”면서 “경청의 협치부터 시작할 것이고 이 정국을 푸는 지혜를 주시면 심사숙고하고 최대한 존중할 수 있는 길을 찾아보겠다”고 답했다.
두 사람은 이날 국회 정상화를 둘러싸고 은근한 신경전도 펼쳤다. 이 원내대표는 “국회 정상화를 위한 어떤 복안을 갖고 있는지 경청하고 싶고 가능하면 5월 임시국회를 열어서 빠르게 민생을 챙기는 국회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갔으면 한다”고 제안했다. 이에 나 원내대표는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도 있고, 방법론에 대해선 차이가 있다”고 답했다. 이후 10분간 이어진 비공개 예방을 마치고 나오는 길에 이 원내대표는 국회 정상화에 대해 “아직 첫술”이라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두 원내대표가 서로를 향한 호의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첫 만남은 일단 성공적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회 정상화가 시급한 민주당 입장에서는 대화의 첫 단초를 마련했고, 장외 투쟁 중인 한국당 역시 국회 복귀 명분이 필요한 상황에서 협상을 시작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기 때문이다. 다만 민주당 바람대로 한국당이 추경 협상을 출구 전략으로 삼아 5월 중에 국회에 복귀할지는 미지수다.
이날 이 원내대표는 나 원내대표를 만난 뒤 김관영 바른미래당ㆍ윤소하 정의당ㆍ장병완 민주평화당 원내대표를 차례로 예방했다. 한편 이 원내대표는 원내수석부대표로 추미애 대표 시절 전략기획위원장을 지낸 재선의 이원욱 의원을 내정했다. 이 의원을 포함한 원내지도부 인선은 10일 발표할 예정이다.
손효숙 기자 shs@hankookilbo.com
류호 기자 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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