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간 29%급등 주도 비판에 정부의 정책 기조 변화도 한몫
공익위원 7명도 복귀의사 없어… 사표 수리땐 집단사퇴 첫 사례
류장수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위원장이 9일 최종 사퇴 의사를 밝혔다. 류 위원장은 자신과 함께 지난 3월 고용노동부에 사표를 제출한 최임위 공익위원 전원(8명) 역시 복귀할 의사가 없다는 뜻도 전했다. 최근 2년간 최저임금이 29%가량 급등하면서‘속도조절론’이 제기되고, 정부 역시 일정부분 이를 수용하는 기조로 돌아서자 이에 부담을 느껴 이런 결정을 한 것으로 보인다. 전날 최임위 운영위원회에서 노ㆍ사ㆍ공익위원이 이달 하순에는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을 위한 첫 전원회의를 열기로 결정한 만큼 정부는 최대 3주 내로 새 공익위원 8명을 위촉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최저임금법 시행령은 최임위 위원의 위촉과 해촉을 대통령이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위원장은 공익위원(정부 당연직 위원 1명 포함 9명)이 호선한다. 류 위원장 등 공익위원 8명은 이미 사표를 제출했으나 고용부는 이를 수리하지 않은 상태다. 류 위원장 등 공익위원들의 사표가 수리되면 1988년 최저임금제도 시행된 이후 최임위 공익위원이 집단 사퇴하는 첫 사례가 된다.
류 위원장은 이날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에서 간담회를 열고“위원장직을 사퇴하겠다”며 “사표를 제출했던 다른 공익위원 전원과 개별적으로 접촉한 결과 이유는 다 다르지만 전체가 그만두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사퇴를 처음 생각한 시점으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후보자로서 최저임금을 언급했던 지난해 12월 청문회 때를 꼽았다. 당시 홍 후보자는 최저임금 인상속도에 대해 “시장의 우려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속도조절론에 힘을 싣는 발언을 했다. 이와 함께 공익위원이 사실상 정부의 의도에 따라 최저임금인상폭을 좌지우지한다는 비판 여론이 높아지자 고용부는 지난 1월최임위 이원화를 골자로 한 개편안을 발표했다. 당시 고용부는 개편안에 최저임금 결정 기준에 고용에 미치는 영향과 경제성장률 등 사용자에 유리한 지표를 포함시켰는데, 최저임금의 속도조절에 나섰다는 해석이 나왔다. 지난해 최저임금결정 과정에서 노사가 퇴장한 끝에 결국 류 위원장 등 공익위원들만 남아 전년 대비 10.9% 인상을 결정했다는 점에서, 정부의 이런 기조변화는 류 위원장 등 공익위원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류 위원장의 ‘최후 통첩’에 대해, 고용부는 현실적으로 새 공익위원 임명절차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날 기자간담회 직후 최태호 고용부 근로기준정책과장은 “아직까지 새 위원회를 꾸릴 준비를 한 것이 없다”면서도“통상 위원회 위원을 위촉하는 데 1~3주 정도 걸리는 데 상황에 따라 빠르게 준비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공식 입장은 이재갑 장관이 13일께 밝힐 것으로 예상된다. 현 공익위원들이 노동계 편향적이고, 최저임금 고공행진을 주도했다는 비판이 적지 않았다는 점에서, 새로운 공익위원들은 비교적 친 시장적인 인사들이 중용될 것이라는 게 노동계 안팎의 관측이다. 한 노동계인사는 “기존에 노동 관련 전문가들이 많다는 지적이 있었으니, 이번에는 경제와 시장 분야 전문가들도 위원 구성에 더 넣지 않겠느냐”고 예상했다.
현행법상 최임위는 고용부 장관의 심의요청을 받은 날부터 90일 안에 최저임금안을 심의ㆍ의결해야 하고, 고용부 장관은 결정된 최저임금을 매년 8월5일까지 고시해야 한다. 이에 대해 류 위원장은 “지난해 위원장으로 위촉된 게 5월17일이고 첫 회의가 열린 것은 7월초였다”며 현 체제로 내년도 최임을 결정하는데 일정상의 무리가 없을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진달래 기자 az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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