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보임 불가피한 선택… 바른미래당, 현 지도부 중심 화합을”
“축구감독이 자살골 넣겠다는 선수를 어떻게 교체하지 않을 수 있나. 두 차례 사보임은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대치 정국에서 ‘캐스팅보터’로 격동의 시기를 보낸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가 퇴임(15일)을 앞두고 9일 본보 인터뷰에서 그간의 심경을 밝혔다. 여야 4당(자유한국당 제외) 패스트트랙 공조를 위해 자당 사법개혁특별위원을 2명이나 사보임(교체)해 사퇴 압박에 시달려온 그는 전날 소속 의원들에게 “한국당이나 민주평화당과 합당ㆍ연대 없이 내년 총선을 치르자”는 확답을 받은 뒤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치러지는 15일 물러나겠다”며 전격 사퇴 의사를 밝혔다. 예정된 임기는 오는 6월 24일까지였다.
패스트트랙 대치와 당 내분으로 “한 달 넘게 미용실을 못 갔다”며 희끗해진 머리 그대로 나온 그는 “당분간 손학규 체제로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유승민 전 대표가 전날 밝힌 ‘자강론’이 국민들에게 전달되면 당 지지율이 10%까지 올라갈 것”이라며 “그 지지율을 바탕으로 인재 영입에도 성공하면 내년 총선 전망도 밝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_임기를 채우겠다고 공언해왔는데 전격 사퇴한 이유가 궁금하다.
“자리에 연연할 생각은 없었다. 다만 무작정 사퇴했을 때 당에 닥칠 후폭풍이 고민이었다. 패스트트랙 처리에 반대한 유승민 전 대표가 한국당과 연대한 것 아닌가, 불신했던 것도 사실이다. 다만 바른미래당 지속가능성에 대한 국민들의 우려만 없앤다면 언제든 물러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전날 의원총회에서 의원들이 그렇게 결의했고 나도 사퇴하게 된 거다. 솔직히 의원들 결의가 쉽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의원들 역시 제가 쉽게 사퇴하리라고 생각 못했을 거다(웃음). 당이 화합할 전기를 만들고 물러나니 홀가분하다.”
_두 차례 사보임 강행 때문에 평소 합리적 이미지에 타격을 입은 것 아닌가. ‘김관영의 폭주’라는 비판도 있다.
“사보임에 대해서 그렇게 큰 비난이 있을지 몰랐다. 원내대표 권한이기 때문이다. 원내대표는 축구로 치면 감독이다. 게임에서 이겨야 하는데 자살골 넣겠다는 선수를 교체 안 할 수 있나. 4월 25일까지 패스트트랙을 처리한다는 4당 원내대표 합의를 지켜야 한다는 생각이 컸다. 특히 한 달 넘게 같이 협상해온 오신환 의원은 ‘선거제 개혁’이라는 대의를 위해 양보해줄 걸로 믿었다.”
_더불어민주당으로부터 내년 총선 전북 군산(김 원내대표 지역구) 무공천 약속을 받은 것 아니냐는 의혹도 나왔다.
“선거제 개혁을 향한 김관영의 정치적 신념을 무력화시키려는 마타도어(흑색선전)다. 군산 출마를 준비 중인 민주당 인사들에게 굉장히 힘 빠지는 이야기다. 홍영표 (당시) 민주당 원내대표와 협상하면서 군산 이야기를 꺼내본 적이 없다. 민주당 갈 사람이 뭣 하러 (소수정당에 유리한) 선거제 개혁을 열심히 하나.(웃음)”
_패스트트랙 처리 이후 손학규 대표와 공동 기자회견에서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사보임 논란과 함께 선거제 개혁이 이렇게 어렵구나, 라는 생각이 겹치면서 감정이 훅 올라오더라.”
_손학규 대표의 거취는 어떻게 되나, 안철수ㆍ유승민 공동대표 체제 이야기도 꾸준히 나온다.
.(※바른미래당은 전날 의총에서 손학규 대표 퇴진과 관련해선 결론을 내지 않았다)
“의총에서 나온 ‘화합’이란 말 안에 ‘현 지도부를 중심으로 단합하자’라는 의미도 포함됐다고 본다. 권은희, 김수민 의원도 최고위원회의에 복귀하겠다고 했다. (독일에 있는) 안철수 전 대표가 돌아올 의사가 있는 건지도 모르겠고. 돌아올 것을 전제로 안철수ㆍ유승민 체제를 이야기하는 건 이해가 안 된다.”
_패스트트랙 대치 정국에서 유 전 대표와 오해도 많이 쌓였을 텐데 만날 의사가 있나.
“아직 안 만났는데 당연히 만나야 한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합당했을 때 유 전 대표와 저녁을 먹고 ‘러브샷’ 하면서 ‘우리 한 번 해봅시다’라며 의기투합도 했는데 다시 만나 그런 걸(오해) 풀어야 한다.”
_원내대표 재임 기간 동안 성과와 아쉬운 점을 꼽는다면.
“국회 특수활동비 폐지에 앞장서며 국회를 개혁한 것과 패스트트랙으로 선거제 개혁 물꼬를 튼 것이 성과다. 임기를 채웠다면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와 개헌 이슈를 던져 청와대와 여당을 압박하려고 했는데 그것을 못해 아쉽다. 이인영 신임 민주당 원내대표도 개헌론자이기 때문에 어제 우연히 저녁자리서 만나 개헌 문제도 신경 써 달라고 당부했다.”
_그간 당의 노선 갈등이 발목을 잡았는데.
“노선 갈등은 사실 무의미하다고 본다. 우리 당은 합리적 중도와 개혁적 보수가 만났다. 보수를 추구하는 사람은 그 부분을 강조하면서 각자 길을 가면 되는 것이다. 다른 사람에게 강요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_그래도 하나로 아우를 수 있는 노선이 있어야 하지 않나.
“’민생 실용, 경제 우선’ 정당이라고 보면 된다. 우리가 양극단의 보수와 진보를 배격해서 만난 것이니까.
_바른미래당은 어떻게 자강할 수 있나. 내년 총선에서 연대 없이 당선은 힘들지 않나.
“전날 유 전 대표의 ‘자강 선언’이 이 같은 논란에 종지부를 찍었다고 생각한다. 국민들이 ‘바른미래당이 끝까지 간다’라고 봐준다면 지지율은 10%까지 올라갈 것이라고 본다. 그렇게 되면 인재영입도 가능해진다. 선전하면 지지율이 15%까지도 오를 수 있다.”
_차기 원내대표는 어떤 사람이 돼야 한다고 보나.
“제3당의 가치에 대한 확신이 있고 당 안에서 소통을 많이 하면서 화합할 수 있는 그런 분이어야 한다. 되도록이면 표 대결 대신 합의 추대됐으면 좋겠다.”
_문재인 정권 출범 2년째다. 평가를 내린다면.
“많은 기대를 가지고 출범했는데 그렇게 높은 점수를 받기 어렵다고 본다. 교착상태에 있지만 한반도 평화체제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 것은 인정한다. 그러나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내세우면서 실용보다는 이념을 너무 앞세웠다. 낙하산 인사는 박근혜 정부보다 더 많은 것 같다. 특히 탈원전 정책과 관련해, 저도 예전에는 탈원전 찬성이었는데 이제는 탈원전 폐기로 입장이 바뀌었다. 급격하게 시행되면서 비용 문제를 비롯해 후유증이 너무 크다.
_앞으로 계획은.
“당분간 지역구 활동에 전념할 생각이다. 원내대표 하면서 주중에는 거의 못 내려갔다. 군산 지역 경제가 너무 어려워졌는데 회복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정승임 기자 choni@hankookilbo.com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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