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최초로 석탄을 태우는 증기기관으로 산업혁명을 이끌었던 영국이 이번에는 최초로 석탄을 버렸다. 아직 일주일에 불과하지만 1일부터 8일까지 석탄 발전 없이 버티는 데 성공한 것이다. 영국 전역에서 석탄 발전소 가동이 일주일 이상 멈춘 건 1882년 이후 처음이다. 영국 정부가 오래 전부터 ‘2025년 탈석탄’을 천명한 뒤 탄소세 도입과 재생에너지 투자 등 차근차근 준비한 덕이다. 그 결과 2012년만 해도 40%에 달했던 영국의 석탄 발전 비중은 지난해 5% 가까이 뚝 떨어졌다.
8일(현지시간) 영국 BBC 방송 등 외신들은 잉글랜드, 스코틀랜드, 웨일스 등 영국 섬 전역에 전력을 공급하는 국영전력회사 ‘내셔널 그리드’(NGESO)가 이날 오후 1시 “영국 전력시스템이 168시간 동안 석탄 없이 지냈다”며 “머잖아 영국의 ‘뉴노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NGESO는 지난 1일 오후 1시 24분부터 석탄을 이용한 화력 발전을 중단했다.
영국 가디언은 “1882년 런던 홀본 지역에 최초의 화력 발전소가 들어선 이래 ‘석탄 없는 1주일’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오염 유발 연료인 석탄에서 벗어날 기념비적인 순간”이라고 평가했다. 괄목할 점은 이 일주일간 생산된 전력 4분의 1 이상이 풍력과 태양력 등 재생에너지에서 비롯됐으며, 원전 생산량보다 비중이 높았다는 점이다. 특히 지난 4일에는 전체 생산량의 27%를 풍력이 차지하기까지 했다.
영국의 성과는 단번에 이뤄진 게 아니다. 특히 2013년 도입한 ‘탄소세’가 결정적이었는데, 톤(Mt) 당 약 26달러 세금을 부과하면서 영국의 석탄ㆍ가스 발전단가가 재생에너지 단가를 훌쩍 뛰어넘었다.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 연구에 따르면 2012년만 해도 33개 선진국 중 ‘저탄소’ 20위였던 영국은, 5년 만에 7위에 이름을 올리며 전례 없이 빠른 속도로 탄소 배출 감축을 이뤄냈다.
풍력 등 재생에너지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로 단가가 낮아진 것도 한몫 했다. 영국 정부는 2030년까지 사용 전력 3분의 1을 풍력으로 채울 계획인데, 얕은 해수와 북해에서 불어오는 강풍 등 지리적 이점으로 세계 최대 규모의 풍력 산업을 발전시켜 왔다. 한국수출입은행 분석에 따르면 영국의 발전단가(㎿h 당)는 △풍력 70달러 △천연가스 87달러 △태양광 94달러 △석탄 100달러 △원전 199달러 수준이다.
이런 노력을 바탕으로 NGESO는 2016년 5월 석탄 발전 없는 '19시간', 이듬해 4월에 '하루', 지난해 4월에 '3일' 기록을 달성했고 올해 기어이 ‘1주일’이란 성과를 만들었다. 이제 영국에 남은 가동 석탄발전소는 단 6기다. 석탄의 빈자리는 한동안 천연 가스가 메울 예정인데, 영국 정부는 ‘2025년 탈석탄’에 이어 ‘2050년 온실가스 배출 제로’라는 야심을 품고 있다. 석탄에 이어 우리 나라에서는 청정연료로 취급되는 천연가스도 퇴출시킬 것이란 얘기다. 1950년만 해도 영국 전력 생산의 97%를 차지했던 석탄발전이 ‘제로(0%)’가 될 날도 머지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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