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서 징계통보 받은 66명 중 32명은 시효 지나 처벌대상서 제외
대법원이 이른바 ‘사법농단’ 사태에 연루된 현직 판사 10명에 대해 추가로 징계를 청구했다. 지난 3월 검찰로부터 66명의 법관에 대한 징계통보를 받은 지 두 달 만에 징계 절차를 시작한 것이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 대한 재판이 이달 말 본격화하는 상황을 감안, 사법농단 사태에 대한 자체 조사와 감사를 마무리짓는 차원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징계통보를 받은 법관의 절반 이상은 징계시효가 지나 징계대상에 빠지는 등 늑장 조치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9일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과 관련해 고법 부장판사 3명과 지법 부장판사 7명 등 10명의 현직 판사에 대한 징계를 청구했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추후 법관징계위원회를 열어 이들의 징계 여부를 심의할 예정이다. 대법원이 사법농단 사태에 연루된 법관을 징계한 것은 지난 해 6월 13명을 대상으로 확정한 데 이어 두 번째다.
대법원이 징계절차에 착수한 것은 검찰에서 징계통보를 받은 지 65일 만이다. 앞서 검찰은 지난 3월5일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 등 현직법관 8명을 포함해 10명의 전현직 법관을 직권남용과 공무상 기밀누설 혐의로 기소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에 관여한 현직 판사 66명의 명단을 대법원에 넘겨 사실상 징계를 통보했다.
대법원이 66명 중 10명만을 징계에 회부한 것은 징계시효가 지난 법관이 32명에 달했기 때문이다. 현행 법관징계법에 따르면 판사에게 징계 사유가 발생한 날로부터 3년이 지나면 징계를 청구할 수 없다. 2016년 5월 이전 혐의는 징계 대상에서 제외된 것이다. 이에 따라 2012~2014년 법원행정처 차장을 지낸 권순일 대법관도 징계를 피했다. 대법원은 “그 동안 확보한 자료를 기초로 추가적인 자체 인적 조사를 거쳐 징계청구를 했다”며 “두 달 간 조사를 하는 과정에서 징계시효가 지난 경우도 있지만, 애초에 징계사유가 되지 않는 사건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2차 징계 대상자를 확정하면서 구체적 명단은 밝히지 않았다. 다만 징계 대상 10명 중에는 사법행정권 남용에 관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현직 판사 8명 중 5명이 포함됐다고만 공개했다. 또한 작년 8월 1차로 징계가 청구된 13명 중 3명은 추가로 비위가 확인돼 다시 이름을 올렸다는 ‘힌트’만 제시했다. 이를 두고 법조계에서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판이 나온다.
대법원은 이번 징계청구를 끝으로 사법농단 사태를 매듭짓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김 대법원장은 이날 “대법원장 취임 후 1년 반 넘게 진행한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과 관련한 조사 및 감사를 마무리하고자 한다”며 “다시 한번 국민 여러분께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리며 사법부가 추진하는 개혁방안에 많은 협조를 부탁한다”고 밝혔다.
김 대법원장으로서는 29일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의 재판을 앞두고 사법농단 사태로 극심한 내홍을 겪었던 사법부를 추스르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셈이다. 검찰 수사가 본격화된 뒤 법원 내부의 갈등이 확산되자 내부 결속을 강조하는 메시지를 거듭 강조했던 김 대법원장이다. 2차 징계대상을 10명으로 최소화한 것도 추가징계에 대한 법원 구성원들의 부정적인 의견을 감안한 조치라는 분석도 나온다.
유환구 기자 red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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