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그룹이 공정거래위원회에 오는 15일까지 동일인(총수) 지정 자료를 제출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공정위의 동일인 직권 지정을 피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다만 한진그룹은 여전히 기업 총수를 누구로 할지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못해 그룹 경영권을 둘러싼 조원태ㆍ현아ㆍ현민 삼남매 간 기싸움이 계속되고 있다는 관측이다.
9일 재계와 공정위에 따르면 한진그룹은 조원태 회장 명의로 지난 8일 공정위에 “오는 15일까지 총수를 지정하겠다”는 내용의 문서를 전달했다. 앞서 공정위는 “한진그룹이 동일인 변경 신청서를 제출하지 않았다”며 9일로 예정됐던 ‘2019년도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 발표 일자를 15일로 연기했다.
한진그룹은 여전히 동일인을 누구로 지정할 지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못했다. 재계 관계자는 “한진그룹이 그간 오너 일가에 대한 사회적 논란이 있을 때마다 적극적으로 대응해왔던 모습과는 딴 판”이라며 “오너 일가의 경영권 분쟁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음에도 침묵으로 일관하는 건 이를 인정하는 것이라고 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재계 일각에서는 한진그룹이 동일인으로 지주회사인 한진칼을 내세울 가능성도 거론하고 있다. 삼남매 간 경영권 분쟁 때문에 조원태 회장을 동일인으로 내세우는 데 내부적으로 의견 일치가 안 될 경우 일단 한진칼로 지정한 뒤 시간을 벌 수 있다는 것이다. 공정거래법 상 동일인은 기업집단을 사실상 지배하는 자연인 또는 법인을 의미하기 때문에 한진칼을 내세워도 무방하다. 이후 삼 남매 간 경영권에 대한 이견 조정을 거쳐 내년에 동일인 변경 절차를 밟으면 된다.
그러나 공정위는 이에 부정적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한진그룹 동일인으로 엄연히 특수관계인(삼 남매)이 있는데 법인으로 제출하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진그룹이 법인을 동일인으로 내세울 경우 직권 조정에 나설 수 있다는 뜻이다. 공정위는 지난해 직권으로 삼성그룹의 동일인을 이건희 회장에서 이재용 부회장으로 변경한 바 있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
세종=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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