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검ㆍ경 수사권 조정안을 반대하는 대검찰청이 검찰의 직접 수사를 최대한 줄이는 쪽으로 제도 개선이 이뤄지는 것에 동의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검ㆍ경 수사권 조정안에 포함된 ‘경찰의 수사종결권 보장’이 철회되면, 검찰 역시 직접 수사를 대폭 줄일 수 있다는 협상안(한국일보 5월 8일자 9면 참조)이 공식적으로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9일 김웅 대검 미래기획ㆍ형사정책단장(부장검사)은 MBC 라디오에 출연해 “외국에서도 검찰이 직접 수사를 하지만 한국처럼 많이 하지는 않는다”며 “국민들이 (검찰에) 하지 말라고 하신다면 그것을 받아 들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단장은 검찰이 “43개 지검ㆍ지청에서 특수부와 특별수사 전담검사를 줄이는 등 인지수사(검찰이 범죄 단서를 직접 찾아 수사하는 것)를 대폭 줄이고 있지만, 국민들께 잘 알려지지 않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김 단장은 경찰에 대한 검찰의 ‘사법통제’가 필수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복싱으로 친다면 청코너가 경찰, 홍코너가 피의자라면, 검찰은 심판의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검찰은 아주 중요한 사건에서만 선수로 뛰고 나머지 사건에서는 심판(경찰을 통제하는 역할)으로 머무르겠다는 말이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동의했다.
대검 미래기획ㆍ형사정책단은 검찰 내에서 수사권 조정 등 문제를 연구하는 조직이다. 이 책임자가 검찰의 직접수사 축소를 언론에서 공식 언급한 것은 향후 수사권 조정한 국회 처리 과정에서 직접수사 축소와 경찰통제 강화 문제가 동시에 논의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검찰은 막강한 정보력을 가진 경찰이 수사권과 종결권마저 가지게 되면 ‘통제받지 않는 권력’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해 왔다. 그러나 검찰 역시 수사를 적극적으로 하는 마당에 그 같은 지적이 ‘자가당착’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지적받자, 검찰 직접수사를 확 줄이는 대신 경찰 통제권은 그대로 유지하는 방안을 대안으로 제시한 셈이다.
이와 함께 김 단장은 검ㆍ경 수사권 조정안이 도출되는 데 검찰 의견이 거의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도 지적했다 그는 “사실 저희들은 계속 국회에 가서 의사를 전달했었는데, 제대로 전달이 안 됐고 반영이 전혀 안 된 상태”라며 “330일 이후에는 실제 법이 되는데 이 법안 내용에 대해 국민들에게 알려 주의를 환기할 필요가 있어 문제를 제기한 것”이라 밝혔다. 이어 “국회 논의에 적극 참여하고 국민께도 법안에 대해 충실하게 설명 드리는 작업을 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유환구 기자 red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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