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 부자들이 미분양 아파트를 쓸어 담는 이른바 ‘줍줍(줍고 또 줍는다는 의미)’ 행위가 어려워진다. 정부가 이들의 무순위 청약 싹쓸이를 막기 위해 서울 등 투기과열지구에서 아파트 청약을 할 때 예비당첨자 수를 전체 공급가구의 80%에서 500%로 대폭 늘리기로 하면서다.
국토교통부는 투기과열지구의 신규 아파트 청약 예비당첨자 수를 오는 20일부터 공급물량의 5배(500%)로 늘려달라고 각 해당 지방자치단체에 요청했다고 9일 밝혔다. 이에 따라 서울ㆍ과천ㆍ분당ㆍ광명ㆍ하남ㆍ대구 수성ㆍ세종(예정지역) 등 해당 지역에선 오는 20일 이후 입주자 모집에 나서는 청약 단지는 공급가구의 5배수를 예비당첨자로 뽑아야 한다. 현행 주택공급규칙 제26조는 예비당첨자를 공급물량의 40% 이상 선정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현재는 국토부가 지난해 5월 투기예방 차원에서 권고한 대로 80%가 적용되고 있다.
국토부가 적정 예비당첨자 수를 5배수로 정한 것은 무순위 청약제를 도입한 지난 2월부터 진행된 5곳의 아파트 청약경쟁률이 평균 5.2대 1로 집계돼, 평균적으로 공급물량의 약 5배 정도의 1ㆍ2순위 신청자 수요가 있는 것으로 파악했기 때문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예비당첨자가 대폭 늘어나면, 최초 당첨자가 계약을 포기할 경우 실수요자인 1ㆍ2순위 내 후순위 신청자의 계약 기회가 커져 계약률도 높아지고 무순위 청약 물량도 최소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부동산 규제로 자금 마련이 어려워진 청약 당첨자들이 계약을 포기하는 틈을 타 현금이 풍부한 유주택자들이 무순위 청약제에 편승해 미계약 아파트를 대거 사들이는 행태를 막기 위한 것이다.
예컨대 서울에서 100가구를 분양하는 단지라면 1ㆍ2순위 당첨자와 예비당첨자 80명을 거치고도 계약 포기나 부적격 취소로 미계약분이 발생할 경우 무순위 청약으로 남은 물량을 소화한다. 무순위 청약은 청약통장이 필요 없고 유주택자도 신청이 가능하다. 하지만 앞으로는 예비당첨자 수가 500명까지 늘어나기 때문에 청약자격을 갖춘 실수요자에게 더 많은 기회가 돌아가게 된다.
김기중 기자 k2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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