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를 향한 인간의 도전은 멈출 줄 모른다. 달 탐사에 이어 화성 식민지 건설까지. 인류의 미래를 개척하기 위한 행보다. 김영사 제공.

“인류에게는 두 가지 길이 있습니다. 지구에 남아 멸종에 굴복하거나, 또 다른 행성을 식민지로 개척하는 겁니다.”

2016년 미국 전기차 제조 업체 테슬라의 회장인 일론 머스크가 지구 멸망에 대비한 화성 식민지 건설 사업을 발표하면서 한 말이다. 2년 뒤 머스크는 인류의 우주 개발사를 통틀어 가장 강력한 엔진을 단 로켓 발사에 성공하며 화성 개척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화성 식민지 구상은 괴짜 사업가의 허풍일까, 인류를 구원할 대장정의 서막일까.

세계적 이론물리학자이자 미래학자인 미치오 카쿠(72) 미국 뉴욕시립대 물리학과 교수는 머스크의 손을 들어 준다. 아예 한술 더 뜬다. 화성뿐 아니라 태양계의 다른 외계 행성, 혹은 태양계 너머 우주 전역이 인간의 활동 무대가 될 수 있다고 예언한다. 그는 인간을 ‘다중행성 생명체’라고 부르기까지 한다. 인간은 겨우 달 표면에 발을 디뎠을 뿐인데, 허무맹랑한 소리 아닐까. 카쿠의 책 ‘인류의 미래’를 읽다 보면, 인류의 우주 진출이 꿈이 아니라는 말을 믿어 보고 싶어진다.

미국 항공우주국 나사(NASA)의 무인탐사선 인사이트가 지난해 11월 화성 착륙에 성공한 모습. 한국일보 자료사진

카쿠의 ‘화성 개척 시나리오’부터 그럴듯하다. 화성은 우주에서 지구와 환경이 가장 비슷한 행성이지만, 현대 상태로는 인간이 화성에서 살아 남을 수 없다. 화성에는 액체 상태의 물이 존재하지 않는 데다 혹한도 견디기 어렵다. 해가 진 후 화성의 기혼은 영하 127도까지 내려간다. 게다가 화성의 대기압은 지구의 1% 밖에 안 된다. 과학자들이 인류의 화성 이주가 불가능하다고 보는 이유다.

카쿠는 ‘화성을 데우는 것’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 대기 중에 온실가스를 살포해 화성을 따뜻하게 감싸자는 것이다. 구체적 방법도 제시한다. 정지 궤도에 인공위성을 띄워 극지방에 햇빛을 계속 쪼이거나, 지독한 온실가스인 메탄을 뿌리면 해결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인간이 거주할 도시를 만드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카쿠는 인공지능(AI)이 탑재된 자기복제형 로봇을 화성을 개척할 일꾼으로 활용하자고 제안한다. 화성에 도착한 선발대 로봇이 자기 복제를 통해 개체를 늘려 가게 한 뒤 농지 개척, 도시 건설 등을 맡기자는 골자다. 현재의 3D 프린터 기술 발전 속도라면 “화성의 로봇 군단을 만나는 것은 시간 문제”라고 카쿠는 자신한다.

로봇이 인간을 공격하면 어쩌나. 카쿠는 이 역시 통제할 수 있다고 일축한다. 인간이 로봇에 ‘미션’을 입력해주고, 안전 장치를 두는 한 괜찮다는 것이 카쿠의 논리다. 다소 엉성하긴 하다.

세계적 이론물리학자이자 미래학자인 미치코 카쿠. 그는 인간의 본성은 계획과 몽상이라고 강조한다.

‘초긍정주의자’인 카쿠의 지적 도전은 화성에서 끝나지 않는다. SF소설 같은 아이디어들을 총동원해 인류의 우주 개척이 온통 장밋빛이라고 단언한다. “한창 개발 중인 나노 우주선, 레이저 항해, 핵융합로켓 등을 활용하면 별과 별 사이의 ‘성간 여행’을 떠나는 우주 문명 시대가 도래할 수 있다, 몸은 지구에 있고 두뇌 정보를 레이저에 실어 우주를 즐기는 기발한 발상도 현실이 된다…”

우주만 믿으면 될까. 지구처럼 우주가 멸망해버린다면? 카쿠는 “인간은 다중우주 속에 살고 있다”는 가설로 대응한다. 지금의 우주가 수명을 다하면 웜홀을 통과해 또 다른 적절한 우주를 찾아 거주지를 옮길 수 있다는 것이다. 그의 상상력은 무한대로 뻗어 나간다. ‘세계적 이론물리학자’라는 프로필만 아니라면, 그의 이야기를 어디까지 믿어도 되는지 혼란스럽기까지 하다.

인류의 미래
미치오 카쿠ㆍ박병철 옮김
김영사 발행ㆍ488쪽ㆍ2만 4,000원

카쿠는 그런 반응을 예상한 것 같다. “인간의 본성은 계획과 몽상”이라며 끝까지 희망을 설파한다. 일흔을 넘긴 나이에도 ‘초긍정의 생각’을 뿜어내는 비결은 뭘까. 그는 ‘책임’을 거론한다. 이번 생에서 자신이 누리지 못해도, 후세대의 생존을 위해 우주 연구를 계속 하는 게 인류의 사명이라는 것이다. 책을 번역한 박병철씨는 옮긴이의 글에서 “이 책은 나에게 생전 처음으로 ‘오래 살고 싶다’는 욕심을 품게 했다. 환상적인 미래가 코앞으로 다가왔는데, 그걸 못 보고 죽는다면 저승에 가서도 한스러울 것 같다”고 썼다.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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