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업계의 설비투자 부진 영향으로 올해 1분기 제조업 내수시장(소비+투자)이 3년 만에 최소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특히 기계장비, 선박 등 자본재 시장 규모는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2010년 이후 가장 큰 폭의 감소세를 보였다. 수출과 소비의 동반 부진이 설비투자에도 영향을 미치는 모양새다.
통계청이 9일 공개한 ‘2019년 1분기 제조업 국내공급 동향’에 따르면 1분기 제조업 국내공급지수는 98.7로 지난해 1분기(102.9)보다 4.1% 감소했다. 2016년 1분기 97.0을 기록한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제조업 국내공급지수는 지난해 연간 기준 104.8을 기록,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처음으로 전년 대비 마이너스(-0.8%)를 기록한 바 있다.
제조업 국내공급지수는 국내에서 생산하거나 수입을 통해 국내 공급된 제조업 제품의 공급 금액을 합산해 지수화한 것이다. 2015년 연간 지수를 100으로 놓고 매분기 지수를 매기는데 지수가 높을수록 생산ㆍ소비 시장이 커진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항목별로는 산업 활동에 사용되는 자본재 공급이 전년 대비 23.3% 감소한 94.5를 기록, 2010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가장 큰 폭으로 줄어들었다. 국산 자본재는 25.6%, 수입 자본재는 18.9% 감소했다. 자본재 공급은 지난해 2분기(3.4% 감소)를 시작으로 4개 분기 연속 감소세다.
이처럼 제조업 내수 규모가 위축된 것은 반도체 설비투자 축소가 주요인으로 지목된다. 지난해 1분기 대량 설비투자에 따른 기저효과에, 지난해 말부터 반도체 업황 악화에 따른 수출 부진으로 투자 수요가 줄어든 것이 겹쳤다. 반도체 업계의 설비투자가 집중됐던 시기엔 6개 분기 연속(2016년 4분기~2018년 1분기) 자본재 공급이 10% 이상 증가한 바 있다.
업종별 지수를 보면 반도체 웨이퍼 가공장비를 비롯한 기계장비 공급이 전년 대비 20.2% 감소했다. 통계 작성 이후 가장 큰 낙폭이다. 의료정밀광학기기(-9.1%), 전기장비(-6.7%)도 큰 폭으로 감소했으며 선박 등 기타 운송장비 공급은 43.5%나 줄었다. 김보경 통계청 산업동향과장은 “지난해 1분기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대규모 설비투자가 완료된 이후 투자가 줄어들어 기저효과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소비재 공급지수도 휴대전화 등 전자제품 공급 감소(-0.7%) 영향으로 전년 대비 0.8% 줄어든 103.7을 기록했다. 수출뿐 아니라 가계소비 부진도 내수 악화로 번지고 있는 셈이다.
D램, 자동차부품 등이 포함된 중간재 공급지수는 전년 대비 0.2% 높아진 97.8을 기록했지만 이마저도 2015년 수준(100)에는 미치지 못했다.
세종=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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