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주 특허청장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특허로 창출되고 보호를 잘 받아 재산이 되는 올바른 지식생태계가 확립되도록 정책역량을 집중해 나가겠습니다.”
발명의 날(19일)을 앞두고 최근 대전 특허청사에서 만난 박원주(55) 특허청장은 우리나라 지식재산 정책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이 무척 많은 것 같았다. 집무실 옆에 있는 회의실 소파에 앉자마자 그는 “4차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우리나라가 글로벌 생존경쟁을 이겨나가기 위해서는 지식재산에 대한 보호와 국제적인 진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 청장은 “나도 청장으로 오기 전에는 그렇게 생각했지만 국민 대부분이 특허청은 단순히 특허를 등록해주는 기관으로만 인식하고 있다”며 “그러나 권리를 누가 갖고 어떤 방식으로 보호하느냐에 따라 국가혁신의 길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알게 됐다”고 솔직히 고백했다.
그는 우리나라가 혁신성장을 이룩하기 위해서는 올바른 지식재산 생태계 구축이 선결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지식재산 생태계는 기술ㆍ아이디어가 특허, 디자인 등 지식재산권으로 창출되고, 제품ㆍ서비스에 탑재되어 시장에 유통되는 순환과정을 의미한다. 이 과정에서 지식재산의 가치가 제대로 인정을 받고 거래를 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어야 제품ㆍ서비스의 경쟁력이 강화된다는 것이다. “특허 보호가 미약하면 출원에 대한 의욕이 떨어지고, 수요자도 정당하게 돈을 주고 사기보다 남의 아이디어를 침해하고, 그러면 시장에서 거래가 안돼 재산권으로서의 가치가 떨어지는 악순환을 반복하고 있다”며 “이를 선순환 구조로 바꾸어 지식재산 생태계의 역동성을 회복해야 미래경쟁력이 확보될 수 있다”고 역설했다.
박 청장은 “7월부터 시행에 들어가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하나의 전환점이 될 수 있다”며 “특허침해 시 손해액의 3배까지 배상액을 정할 수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침해자의 실익이 없도록 특허침해로 벌어들인 이익 모두를 환수하는 정도로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식재산의 글로벌 권리를 확보하기 위해 해외지식재산출원도 늘려나갈 방침이다. 그는 “개청이래 처음으로 해외특허등록 현황을 조사해보니 국내특허 중 11%만 해외에 출원됐고 중소기업은 4.3%에 머물러 충격을 받았다”며 “기업들도 현지에서 특허를 출원하지 않으면 해당 국가에서 관련 기술을 보호할 수 없기 때문에 현지 진출에 앞서 특허출원이 필수임을 명심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박 청장은 “국내에서의 권리보호에 대한 인식이 낮으니 기업들이 국제적으로 자신의 지식재산 권리를 확보하려는데 소홀히 하는 측면이 이해는 간다”며 “그러나 갈수록 지식재산의 권리가 강조되는 상황에서 동남아 등 신흥시장에 진출하려는 기업들이 특허권리 확보에 소홀할 경우 미국, 일본, 중국 등의 권리공세에 낭패를 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 일본, 유럽, 중국 등 지식재산 강국과의 특허권 경쟁에도 적극 대처할 방침이다. “우리나라는 특허출원 세계 4위로 지식재산 5대강국에 속하지만 특허의 질적인 가치에 대해서는 우위를 확신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라며 “특허의 질적인 가치를 높이려면 건당 심사투입시간을 늘려야 한다”고 밝혔다. 기술융합이 핵심인 4차산업혁명 시대에 부응하려면 심사관 혼자 다할 수는 없기 때문에 관련분야 기술을 가진 심사관들로 팀을 구성해 심사를 하는 구조도 적극 고려하고 있다.
심사의 질과 기간을 논하면서 부닥치는 문제가 인력문제다. 그는 중국은 “특허출원건수로 우리보다 5배가 많지만 심사관은 10배가 많다”며 “고품질 심사로 특허의 질이 높아진다면 외국과의 특허권 다툼에서도 우리가 우위를 점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박 청장은 “지식재산이라는 요소를 노동이나 자본처럼 하나의 생산요소로 인정하고 거기에 정당하게 대가를 지불하는 원칙이 확립되어야 한다”며 “지식재산이 우리나라의 21세기를 선도할 수 있도록 올바른 지식재산 생태계 확립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대전=허택회 기자 thhe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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