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은 “한복 형태 훼손될 것” 반박
국가인권위원회는 9일 다른 성별의 한복을 입었다는 이유로 고궁 무료관람 대상에서 제외하는 건 차별인 만큼 문화재청에 가이드라인 개정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인권 변호사단체 회원들이 성별에 맞는 한복을 입은 경우에만 입장료 무료 혜택을 주는 문화재청의 규정이 성별 표현 등을 이유로 한 부당한 차별이라며 인권위에 제기한 진정에 대해 내놓은 판단이다.
문화재청은 한복의 아름다움을 널리 알린다는 취지로 한복을 입고 고궁에 온 이들에겐 입장료를 받지 않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다만 남성은 남성용 한복, 여성은 여성용 한복을 입어야 한다. 한복을 널리 알리는 것이 이 정책의 목적인 만큼 올바른 착용이 중요하다는 논리다. 성별을 바꿔 입을 경우 한복을 잘 모르는 이들에게 잘못된 정보나 인상을 전달할 수도 있을뿐더러, 성별에 맞게 입을 때 한복의 우수성을 더 널리 알릴 수 있다는 얘기다. 문화재청은 “올바른 한복 착용방식을 알리기 위한 목적이라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인권위는 “대중의 합리적 판단 능력이 결여된 걸 전제로 한 막연한 가능성에 불과하고, 가령 남성이 여성 한복을 입는다고 해서 한복 형태가 훼손될 거라고 예견하기 어렵다”며 문화재청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어 인권위는 “전통은 그 시대의 사회ㆍ경제적 상황과 헌법이 추구하는 가치에 부합해야 하는데 성별에 맞는 복장 착용이 오늘날 더는 일반규범으로 인정되기 어려운데다, 전통으로서의 가치가 피해자의 평등권을 제한할 만큼 특별하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덧붙였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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