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천호진과 엄태구가 ‘구해줘2’의 출발을 하드캐리했다. 의뭉스러운 외지인과 교도소 수감 생활을 갓 끝낸 ‘꼴통’으로 분한 두 사람의 미친 연기력은 앞으로 이어질 두 사람의 만남에 대한 기대감을 끌어올리기에 충분했다.
지난 8일 오후 OCN ‘구해줘2’ 첫 회가 베일을 벗었다. 이날 방송에서는 의문의 외지인 최경석(천호진)이 수몰예정지역으로 선정된 월추리에 등장해 서서히 내지인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시작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최경석은 과거 인연을 계기로 자신을 무한 신뢰하는 마을 청년 병률(성혁)과의 친분을 이용해 자연스럽게 월추리에 발을 들였고, 이후 마을 주민들간의 갈등을 중재해주며 인자한 겉모습으로 호감을 샀다.
이어 방송 말미 최경석은 개척교회를 세우기 위한 장소를 물색 중이었다는 본심을 내비쳤고, 병률은 최경석에게 “수몰 전까지 월추리에 교회를 짓고 마을 주민들과 함께하면 되지 않겠냐”며 교회 설립을 적극 찬성했다.
첫 방송 대부분을 차지했던 최경석과 월추리의 이야기에서 단연 돋보였던 것은 천호진의 압도적인 연기력이었다. 극 초반 인자한 법대 교수의 모습으로 등장했던 천호진은 김영선(이솜)을 처음 마주한 뒤 의뭉스러운 눈빛을 보내거나 자신의 개척교회 설립에 강력 찬성해주는 병률과 이에 휩쓸리듯 찬성하는 월추리 주민들의 반응에 씰룩이는 입꼬리를 주체하지 못하는 등의 디테일 한 연기를 통해 최경석의 미스터리함을 배가시켰다. 또 극 마지막 부분 성철우(김영민)을 만나 개척 교회 목사직을 제안하는 과정에서 테이블 아래 병적으로 다리를 떨던 최경석이 자신을 바라보는 남성의 눈빛을 눈치채고 급히 표정을 바꾸며 행동을 멈추는 장면에서는 별 다른 대사 없이도 최경석이 감추고 있는 이면적인 모습을 드러내며 감탄을 유발했다.
그런가 하면 ‘꼴통’ 김민철 역을 맡은 엄태구 역시 만만치 않은 연기력으로 안방극장을 사로잡았다. ‘구해줘2’를 통해 첫 드라마 주연에 도전한 엄태구는 실제인지 연기인지 분간이 어려울 정도로 리얼한 문제의 수감자 연기로 등장부터 시선을 압도했다. 특히 교도관이 주최한 다른 수감자와의 싸움에서 독하게 승리를 거머쥔 뒤 교도소장 방에서 포상으로 춤을 추며 술을 마시고 담배를 피우는 장면에서는 그간 다른 작품에서 본 적 없던 엄태구의 새로운 매력도 엿볼 수 있었다.
‘구해줘2’는 첫 회에서 강렬한 한 방을 전하기 보다는 앞으로의 전개를 위한 서사를 쌓는 데 주력했다. 하지만 천호진, 엄태구를 필두로 김영민, 성혁, 이솜, 한선화 등 극의 주요 인물들이 적절한 타이밍에 등장해 제 몫을 다하며 지루함 없는 첫 방송이 완성됐다. 주연 배우들의 압도적인 연기력과 다음 이야기를 향한 높은 기대감 덕분에 꽤나 강렬했던 전편인 ‘구해줘1’의 그림자는 시원하게 걷힌 듯 하다.
모든 속편들의 가장 큰 숙제는 전편의 그림자를 지우고 ‘또 다른 무언가’를 보여주는 것이다. 첫 방송을 통해 가장 큰 숙제를 푸는 데 성공한 ‘구해줘2’가 앞으로 어떤 이야기를 통해 시청자들을 사로잡을 수 있을 지, 기대감이 높아진다.
홍혜민 기자 hh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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