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의 분식회계 의혹과 관련해 증거를 인멸한 혐의를 받는 삼성전자 임원들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삼성전자는 삼성그룹의 핵심 법인이자 삼성바이오의 제2대 주주 회사다. 분식회계 및 관련 증거인멸 과정에 삼성그룹이 조직적으로 개입한 정황이 드러난 것이어서, 향후 검찰 수사는 삼성그룹 수뇌부를 향해 뻗어나갈 것으로 보인다.
삼성바이오 분식회계와 증거인멸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송경호)는 8일 삼성그룹의 보안을 책임지는 삼성전자 보안선진화 태스크포스팀(TF) 서모 상무와 그룹 현안을 조율하는 사업지원 TF 소속 백모 상무에 대해 증거인멸 및 증거인멸 교사 등의 혐의를 적용,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들은 삼성바이오와 삼성바이오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에피스) 등에서 이뤄진 증거인멸 행위를 주도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삼성 측은 분식회계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를 앞둔 지난해에는 직원들의 휴대전화와 컴퓨터 등에서 이재용 부회장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이는 ‘JY’, ‘합병’, ‘미전실’ 등 단어를 검색해 관련 자료를 삭제했다. 검찰은 이 같은 조직적 증거인멸을 서 상무와 백 상무가 지휘하는 등 깊숙이 개입한 것으로 파악했다.
앞서 검찰은 7일 인천 송도의 삼성바이오 공장을 압수수색해 공장 마룻바닥 아래 숨겨진 삼성바이오의 옛 공용서버와 직원 노트북 등 증거자료를 무더기로 발견했다. 에피스의 공용서버는 한 직원의 자택에 숨겨져 있었다. 검찰은 이들이 두 회사의 서버를 숨기라는 지시를 내려 증거인멸을 사주한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달 검찰의 증거인멸 수사가 시작된 후 삼성바이오의 모회사이자 그룹의 중추인 삼성전자 임직원에 대해 구속영장이 청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두 사람이 그룹 전체의 사업 및 보안을 챙기며 옛 미래전략실 역할을 한 TF조직의 핵심 임원이었다는 점에서, 삼성그룹이 그룹 차원에서 분식회계 및 증거인멸을 진행했을 개연성이 점점 높아지는 분위기다.
한편 삼성바이오 서버를 떼어내 숨긴 혐의(증거인멸 등)를 받는 보안실무책임자 안모씨는 지난 5일 체포된 뒤 이날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받았다. 안씨는 검찰 조사에서 서버 등을 은닉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상부 지시 없이 개인적 판단으로 한 일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동순 기자 doso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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