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파업’ 부산 등 참여, 서울 9일 결정… 경기 파업 땐 직격탄
지자체, 시내버스 요금 인상 눈치… “요금 인상” “정부 지원” 이견
경기 부산 대구 등 전국 주요 노선버스 노조가 주 52시간제 시행에 따른 임금 보전 대책을 요구하며 8일부터 총파업 여부를 묻는 찬반투표에 돌입했다. 이들 노조는 파업 찬성이 과반수를 넘길 경우 15일부터 총파업을 강행한다는 입장이어서 전국적인 버스 대란이 우려되고 있다. 올 7월 본격적인 주52시간 제도를 앞두고 지난 1년간 유예기간이 있었음에도 정부 지자체 노조 누구도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지 않다가 파국을 앞뒀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게 됐다.
8일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전국자동차노동조합연맹(자동차노련)에 따르면 경기, 부산, 대구, 울산, 충남 등 11개 지역 234개 버스 노조는 이날부터 ‘주52시간제 도입 대책 마련’ 등을 요구하며 파업 찬반 투표에 나섰다. 이는 한국노총 소속 버스 사업장 479곳의 절반이 넘는 규모다.
이중 부산시내 33개 버스회사와 충남 16개사, 울산 5개사, 충북 청주 4개사 등이 찬반 투표 결과 찬성이 압도적으로 많이 나와 파업에 들어가기로 결정했다. 서울시 버스노조는 9일, 인천은 10일 각각 총회를 열어 투표를 진행하거나 여부를 결정한다.
노조가 파업을 결정하면 노조 소속 기사 4만1,000여명, 버스 2만 대 정도가 오는 15일 전국 각지에서 멈춰 설 것으로 예상돼 시민들의 교통 불편이 불가피해진다.
일단 파업 여부는 대다수 지역에서 9일이면 결정 날 것으로 예상된다. 막판 협상 타결의 여지는 있지만, 현재로썬 파업 쪽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파업이 확산될 경우 전국에서 노선버스가 가장 많은 경기지역은 직격탄을 입게 된다. 경기도에 따르면 7월 ‘주 52시간 근무제’가 적용되는 업체는 전체 버스업체 64곳 중 21곳으로, 이들이 운영 중인 노선버스만 6,000대에 달한다. 특히 경기도는 수도권과 서울을 왕래하는 광역버스 580여대가 파업 찬반투표 대상이어서 파업이 현실화하면 수도권 교통대란이 우려된다.
이미 파업에 나선 곳도 있다. 강원 강릉과 동해, 속초, 고성 등 영동지역 4개 시군 시내버스 노조는 지난달 29일부터 파업에 돌입했다. 이로 인해 강릉 등 영동지역 시외ㆍ시내버스 77개 노선, 129대가 운행이 중단된 상태다.
버스노조가 이처럼 파업이라는 초강수를 꺼내 든 건 7월부터 버스업체에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되는 것과 맞물려 있다.
노조는 무엇보다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되면 생존권이 위협받는 것을 우려한다. 법 시행에 따라 버스기사의 근로 시간이 현행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돼 시간외수당이 깎여 임금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노선버스 기사의 임금 중 시간외수당이 30% 이상 차지해 근무시간이 줄면 임금은 깎이는 구조다. 이렇게 되면 운전기사의 근무형태도 격일제에서 1일 2교대로 바뀐다.
자동차노련은 주 52시간제 시행으로 기사들의 노동강도는 줄어들지만, 임금은 서울, 부산 등 광역시는 15만~30만원, 경기 등 광역도는 60만~100만원 정도 줄어들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버스 노조 관계자는 “정부가 버스의 공공성 확보차원에서 기사들의 인건비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요구했다.
사실 이번 사태는 주 52시간 근무제가 처음 도입된 지난 해 7월부터 예고된 일이다. 때문에 정부와 지자체의 미흡한 대처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위성수 자동차노련 정책부장은 “정부에 1년 가까이 버스업체 근로자들의 임금 감소 문제를 지적하며, 대책을 촉구하고 해법을 제시했으나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정부와 지자체 간의 책임을 전가하는 태도도 문제를 꼬이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임금 보존은 결국 버스요금 인상으로 이어지는 구조여서 결국 버스 파업이 시민들에게 교통불편과 경제적 부담이라는 이중고를 안겨줄 수 있다는 부담도 있다.
다만 국토교통부는 요금 인상의 필요성은 인정하고 있다. 국토부는 작년 12월 버스 업계의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 대응을 위해, 지자체에 버스요금 인상을 권고하는 등의 내용이 담긴 ‘버스 공공성 및 안전강화 대책’을 발표한 바 있고 지난 3월에는 운임 인상 권한이 있는 시외버스 요금을 최고 17%까지 올렸다.
반면 일선 지자체는 요금 인상에 소극적이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치적 역풍이 우려된다는 게 가장 큰 이유다.
실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7일 이재명 경기지사를 만나 버스요금 인상에 협조해달라고 요청했으나 이 지사는 경기도만 요금을 인상하기 어렵다며 거절했다. 지자체가 면허를 발급하고 운영하는 시내버스의 경우 아직 요금 인상이 이뤄지지 않아 대책의 실효성은 거두지 못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수도권의 버스요금이 2015년 이후 동결된 상태여서 인상 요인이 있다”며 “다만 모든 권한이 지자체에 있어 파업이 발생하더라도 국토부는 협조를 요청하는 것밖에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시내버스 요금 인상은 불가피하다고 보지만, 해법을 두고는 시각차를 드러냈다. 우선 시내버스의 면허를 발급하고 운영하는 주체가 지자체인 만큼 지자체가 먼저 버스 운영체계 효율화와 요금 인상을 감내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성낙문 한국교통연구원 종합연구본부장은 "지자체장들이 시내버스 요금 인상 시 정치적 부담을 우려해 눈치만 보는 상황인데, 이를 중앙정부가 재정 지원으로 해결해주면 세금으로 감당할 부분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반면 주52시간제가 정부 주도로 도입되는 제도인 만큼 정부의 재정지원이 강화돼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유정훈 아주대 교통공학과 교수는 "정부의 제도 변경으로 인해 전국에서 공통적으로 발생하는 문제여서 통상적인 요금 인상 요인으로 접근하면 안 된다"며 "국토부가 M버스처럼 지자체의 광역버스도 지원하면 명분도 생기고 문제 해결도 쉬울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버스 업계의 적자 요인이 시내버스보다 광역버스가 크기 때문에 이를 상쇄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종구 기자 minjung@hankookilbo.com
김지현 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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