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임 전 기자간담회서 한ㆍ아세안 특별정상회의 초청 성사 ‘기대감’
임성남 신임 주(駐)아세안(ASEANㆍ동남아시아국가연합) 대사가 8일 “긍정적인 움직임이 있어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1월 한ㆍ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 참석하게 된다면 한반도 평화, 대화 과정을 위해 의미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임 대사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있는 아세안대표부 부임을 앞두고 이날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올 11월 부산에서 열리는 2019 한ㆍ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 김 위원장을 초청하는 문제와 관련해 이렇게 밝혔다. 김 위원장의 한ㆍ아세안 특별정상회의 초청은 지난해 11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한ㆍ아세안 정상회의에서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제안한 것이다. 이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이 “주목되는 제안”이라고 호응했다. 그러나 임 대사는 “문 대통령이 최근 국제 언론인과 만난 자리에서 (김 위원장의 참석은) ‘아세안과 협의가 중요하다’, ‘여러 상황의 추이를 봐야 한다’고 말씀했다”며 아직까진 정해진 바가 없다고 전했다.
임 대사는 외교부 제1차관 출신인 자신이 아세안 대사 직을 맡게 된 것과 관련해 “신남방정책, 한ㆍ아세안 관계에 대한 문재인 정부의 의지를 확고하게 보여주는 신호”라고 말했다. 임 대사는 지난해 9월까지 두 정권에 걸쳐 3년 가까이 외교1차관으로 일했다. 아세안 대사 직은 그간 국장급이 맡아왔으나 임 대사의 부임으로 처음 차관급으로 격상됐다. 임 대사는 “회원국도 우리가 아세안 관계를 말로만 중요하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인사 조치로 보여줘 환영하고 있다고 전해 들었다”고 덧붙였다.
문재인 정부의 신남방정책이 실체가 불분명하다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 임 대사는 “아세안 회원국간 개발 격차가 있다 보니 하나로 다 엮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 쉽지 않다”며 “각국 상황에 맞는 맞춤형 프로젝트를 많이 개발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올해로 약 30년에 접어든 한ㆍ아세안 관계를 두고 “성장기를 지나 보다 발전하고 원숙해지는 30대”라고 비유한 그는 “앞으로 30년 후 대한민국 외교에서 아세안이 차지하는 중요성이 훨씬 더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4강(미ㆍ중ㆍ일ㆍ러)에 매몰된 한국 외교 지평을 넓혀야 한다는 지적을 하기도 했다. 임 대사는 “한국에게 아세안은 중국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교역 상대이며, 아세안 인구의 평균 연령이 30대로 젊어 적극적인 생산활동이 가능하고, 소비 시장으로 부각될 가능성이 크다”며 “대한민국이 진정한 의미의 중견국이 되려면 4강에만 제한된 외교적 시야를 넓힐 필요가 있다” 강조했다.
임 대사는 1980년 외무고시 14회로 외교부에 입부해 주중 공사,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주영국대사 등을 지냈다. 박근혜 정부 때인 2015년 10월부터 외교1차관 직을 수행했으며 문재인 정부에도 유임돼 2018년 9월 퇴임했다.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