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다발 버스파업 위기 왜?]
격일제 지속에 탄력근로제 적용 “장시간 노동은 여전”
준공영제에 월급 많은 서울로 이직 늘어나 인력난도
“버스기사도 장시간 근로하지 말라며 주52시간제도 도입을 준비하라고 하지만, 현재까지 하루 평균 운행 시간은 큰 차이가 없어요. 월평균 근무일만 줄어 월급만 깎였습니다.”
경기 지역에서 시내버스 운전을 하고 있는 김봉남(가명ㆍ51)씨는 요즘 월급 통장을 열어볼 때마다 가슴이 답답하다. 김씨는 지난해 주52시간제 도입을 골자로 한 근로기준법이 개정되기 전까지는 하루 18시간씩 근무하고 다음 날 하루 쉬는 격일제로 월 평균 15,16일간 일했다. 월 급여 중 연장 근로를 해야 주는 초과 수당 비중이 30%가 넘기 때문에 장시간 근로를 당연하게 여겼다.
무제한 근로가 가능했던 노선버스 기사들은 지난해 7월부터 주당 최대 노동시간이 총 68시간(기본 40시간, 연장12시간, 주말 16시간 이내)으로 제한됐고, 올해 7월부터 김씨와 같은 300인 이상 사업장은 주52시간으로 근무시간을 추가 감축해야 한다. 김씨는 현재까지는 장시간 근무환경이 개선된 점을 체감하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그는 “회사가 1일2교대 시스템으로 전환한 게 아니라 격일제는 유지하고 탄력근로제를 적용하면서 현재도 일 평균 근무 시간은 18시간”이라며 “근무일만 월평균 3일 줄어 결과적으론 월급만 80만원 가까이 줄었다”고 밝혔다.
8일 한국노총 소속 전국자동차노동조합연맹(이하 자동차노련)에 따르면, 전국 노선버스 기사 임금 체계를 분석하니, 기본급(49%), 연장 노동에 따른 초과임금(32%), 특별급여(19%)로 구성돼 있다. 지난해 기준 노선 버스종사자 평균 임금은 346만원인데, 그 중 초과 임금이 110만원에 달했다. 근무시간이 줄어들면 임금이 깎이는 구조다.
파업을 예고한 노선 버스 기사들은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임금 보전과 인력 충원에 대한 노사 협상이 교착된 상황에서 인력 이탈만 심화되고 있다고 말한다. 경기지역의 또 다른 시내버스 기사 이영훈(가명ㆍ55)씨는 “준공영제를 실시하는 서울은 1일2교대(9시간씩)로 일하면서 월급도 훨씬 많이 받는다”며 “근무조건이 나은 곳으로 이직하는 동료들이 많아 내가 근무하는 곳(500인 이상 사업장)만 해도 지난 1년간 기사가 100여명 줄었다”고 말했다.
당장 주52시간제를 도입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지난해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특례업종에서 제외되면서 근로시간을 단축한 300인 미만 버스회사 기사들의 불만도 비슷하다. 충남 지역에서 20년 가까이 시내버스 운전을 하는 박명환(가명)씨는 “근무일이 2,3일 줄다 보니 월급이 35만원 가량 줄었다”며 “기사 임금이 줄다 보니 충원도 잘 안 된다”고 말했다.
버스 기사들은 깎인 임금 보전을 위해선 정부의 지원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위성수 자동차노련 정책부장은 “버스업종의 재원은 버스요금밖에 없는데 지자체들이 수년째 요금 인상을 하지 않아 적자가 누적됐고 이에 따른 희생을 기사들에게 강요하는 셈”이라며 “중앙 정부가 적자 원인인 환승 할인 비용을 지원, 회사의 적자를 메워줘야 기사들의 임금 현실화도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버스기사들의 임금 체계 개편은 필요하지만, 노사 모두 양보할 지점이 있다고 지적한다. 근로시간이 줄었는데 기존 임금을 그대로 보전해줄 수는 없으며, 그렇다고 기형적 임금체계에 따른 임금감소의 희생을 버스기사에게만 강요할 수는 없다는 점을 원칙 삼아, 노사가 타협해야 한다는 얘기다.
오계택 한국노동연구원 임금직무혁신센터 소장은 “근로시간 법제에 따른 임금 체계는 노사 자율 협약이 원칙”이라면서 “버스 업종의 경우 기본급을 지나치게 적게 책정ㆍ운영해왔기 때문에, 근본적 문제 해결을 위해선 노사 모두 임금ㆍ근로시간 체계 수정을 위해 일정 부분 양보, 적절한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성낙문 한국교통연구원 종합교통연구본부장은 “시내버스 종사자들의 근로시간 단축은 시민 안전을 위한 ‘안전비용’”이라며 “노동계나 버스업계는 물론, 노선버스 운영 주체인 지자체도 책임 의식을 갖고 적절히 비용 분담을 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현 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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