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협 의장 출신… 친문 일색의 지도부서 탈피
당내 견제와 다양성 추구할 듯… 대야 관계는 우려
내년 총선을 대비중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친문 일색’ 지도부에 변화를 선택했다. 당 지도부 ‘투 톱’인 차기 원내사령탑에 이해찬 대표 체제 강화로 상징되는 김태년 의원 대신 586세대 대표정치인인 이인영 의원을 택함으로써 집권당내 견제와 균형, 다양성을 추구하게 됐다. 특히 친노·친문 진영내 분화현상이 현실화하면서 여당내 움직임이 동적으로 확대되고 당청관계도 변화가 예상되고 있다.
민주당 새 원내대표로 8일 선출된 이인영(55) 의원은 민주당 86그룹(80년대 학번ㆍ60년대 출생 운동권)을 대표하는 중진의원으로 ‘쇄신의 아이콘’이자 ‘운동권 정치인’라는 평가가 동시에 따라다닌다. 이런 평가는 대학생 때부터 이어져온 그의 이력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 또 ‘리틀 김근태’로 불리기도 한다.
이 의원은 1987년 고려대 총학생회장으로 6ㆍ10항쟁에 적극 참여해 주목을 받았으며, 같은 해 가을 대표적인 운동권 단체인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를 결성해 1기 의장으로 꼽혀 진보진영에서 상징적인 존재로 자리매김했다. 김대중 대통령 시절 ‘새피 수혈전략’으로 정치권에 발을 들인 그는 36세에 출마한 제16대 총선에서 낙선했지만, 47%의 지지를 받아 주목을 받았다. 그는 이후 17대, 19대, 20대 총선에서 내리 당선돼 3선 의원이 됐다.
이 의원은 민주당 내에서 재야 민주화 운동의 주축인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를 이끌었던 김근태계로 분류되지만, 이번 선거를 앞두고는 더좋은미래(개혁성향 의원모임), 부엉이모임(친문 성향 정치인 모임) 등 다양한 세력의 지지를 확보해 예상을 깨고 비교적 여유 있게 당선됐다.
이 의원은 그 동안 당내 선거와는 인연이 없었다. 원외였던 2010년 전당대회에서 86그룹 단일후보로 나와 4위를 차지해 가능성을 보였지만, 재선의원 시절인 2015년 당 대표 경선에선 문 대통령과 경쟁해 패배했다. 이해찬 체제가 들어선 지난해 당 대표 선거에선 컷오프 탈락하는 아픔을 맛보면서 정치적으로 내리막길을 걷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그 사이 경쟁자이자 전대협 1기 동기인 김태년 의원은 이해찬 대표 측근이라는 강점을 내세워 주류로 부상했고, 핵심요직인 정책위의장 등을 지내면서 문재인 정부 핵심실세로 떠올랐다. 하지만 친문 핵심인사들이 당 요직을 장악한다는 견제심리가 작동하면서,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까지 노렸던 김 의원은 예상 밖 큰 표차로 떨어졌다.
이 의원은 한때 당내에서 두드러진 활동이 없어 ‘비주류’로 분류되기도 했지만, 이날 원내대표 선출로 단번에 정치적으로 체급을 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과거 여러 번 당내 선거에서 떨어진 경험 탓인지, 이 의원은 이번 선거에 절박한 심정으로 임했다. 희끗희끗한 머리카락을 검은색으로 염색해 각오를 다진 그는 동료 의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기 위해 지방출장도 마다하지 않았고, 평소 점잖고 투박한 이미지와 다르게 스킨십을 강화해 주변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이날도 원내대표 경선 마지막 연설주자로 나온 이 의원이 첫마디부터 “말 잘 듣는 남자 이인영”이라고 외치자, 의원들 사이에선 “이인영이 달라졌네”라는 말이 여기저기서 나왔다.
그는 이날 변화와 쇄신을 강조했다. 이 의원은 “우리는 변해야 승리할 수 있다. 제 안의 낡은 관념, 아집부터 불살라 버리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2일 본보와 인터뷰에서도 ‘전대협 1기 의장’이란 꼬리표 탓에 강성 이미지로 비친다는 우려에 대해 “축구로 치면 레프트윙을 담당한 건 사실이지만, 이젠 미드필더로 이동해야 한다는 걸 안다”며 “왼쪽에만 볼을 줄 것이란 우려를 안 해도 된다”고 말했다.
향후 대야관계에 대해선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 의원이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의 극우행보를 막기 위해 원내대표 경선에 나섰다고 말할 정도로 정치적 선명성이 뚜렷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이날 당선 직후 “까칠하고 고집세다는 이미지가 있는데, 부드러운 남자가 될 것”이라고 밝힌 뒤 “내일이라도 나경원 원내대표에 바로 연락하고 찾아 뵙겠다”고 유연한 대응을 예고했다.
신임 원내대변인에는 초선의 박찬대ㆍ정춘숙 의원, 원내부대표는 김영호 의원이 임명됐다. 원내수석부대표는 재선의 김민기ㆍ전현희 의원 등이 거론된다.
강철원 기자 str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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