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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발찌 차고 어린이 놀이터 가도 단속 못한 법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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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발찌 차고 어린이 놀이터 가도 단속 못한 법무부

입력
2019.05.08 16:58
수정
2019.05.08 21:12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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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간 292명 발찌 찬 채 재범… 경보 듣고 전화한 보호관찰관 거짓말로 속여도 확인 안 해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13세 미만 미성년자 강제추행 등 4차례 범행을 저지른 성범죄자 A씨는 지난해 귀가중인 초등학생을 강제추행하려는 목적으로 한 아파트 단지에 들어갔다. 아파트에는 ‘전자발찌’를 부착한 A씨의 출입이 금지된 아동놀이시설이 있어 법무부 위치추적중앙관제센터에 즉시 준수사항 위반을 알리는 경보가 울렸다. 하지만 센터 측은 A씨가 단순 이동중이라 판단, 위반여부 조차 확인하지 않았다. 결국 A씨는 이곳에서 또다시 강제추행을 저질러 어린 학생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

#강제추행치상 등 4차례 범죄경력을 가진 B씨는 2016년 외출제한 시간인 새벽 2시 귀가하지 않은 채 인천의 한 동네 놀이터에서 술에 취한 여성을 지켜 보고 있었다. 인천보호관찰소 소속 관찰관은 B씨에게 전화를 걸어 귀가지도를 했으나 B씨는 “아는 형님과 공원에 있다”고 답했다. 이를 그대로 받아들인 보호관찰관은 추가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B씨는 30여분이나 여성을 더 지켜본 뒤 성폭행(강간미수)했다.

정부가 재범 위험이 높은 성범죄자에게 일명 ‘전자발찌’로 불리는 위치추적장치를 부착하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지만 전자발찌를 차고서도 재범을 저지르는 사례가 최근 5년간 292명에 달한다. 감사원이 이중 138명의 재범 원인을 분석한 결과, 기습범행 등 충동적인 성범죄 성향에 의한 재범 비율(117명)이 높았음에도 법무부의 관리부실 및 허술한 제도로 인해 재범을 막지 못한 사례도 다수 포착됐다.

감사원이 이런 내용을 담아 8일 공개한 ‘여성 범죄피해 예방제도 운영실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A씨 사례처럼 위반경보를 미흡하게 처리해 재범이 발생한 경우가 10건으로 집계됐다. 위치추적센터는 전자발찌가 신체에서 분리되거나 야간 외출, 출입금지시설 방문 등으로 경보가 울릴 때 지체없이 보호관찰 대상에게 경보 진위를 확인하고 보호관찰관에게 경보를 이관, 추가 조치를 취하도록 해야 한다. 하지만 센터 측 부주의로 상황 확인이나 귀가지도가 적시에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한 재범자의 경우 새벽 3시 20분쯤 귀가한 다음 약 20분 후 다시 외출해 강간미수 및 상해를 저지르는 등 138명 중 31명이 0시와 오전 6시 사이에 재범이 발생했다.

보호관찰소 측이 경보를 울린 성범죄자의 상황을 파악하려 해도 B씨 사례와 같이 음성통화로만 하다 보니 관리 한계가 노출됐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또다른 재범자인 C씨는 오후 11시 50분 노래방에서 피해자를 강간 한 뒤 수원보호관찰소 안양지소에 직접 전화해 “장례식에 있다”고 속인 뒤 감독을 회피, 범행을 은폐할 시간을 벌기도 했다. 이에 감사원은 “음성통화만으로 현장상황 등을 제대로 파악하기 곤란한 실정이므로 피부착자의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 영상통화 방식 도입을 검토하라”고 법무부 장관에 통보했다.

제도개선이 필요한 사항도 적발됐다. 현행 법무부 규정에 따르면 전자발찌 착용자가 거주지를 옮길 경우 보호관찰소는 하루 전날 주거지에 설치됐던 재택감독장치를 수거해야 하나, 이때 생기는 감시 공백으로 인해 재범이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감사원은 “2014년 각 보호관찰소에 야간근무를 하는 신속대응팀이 생겼기 때문에 감독장치를 하루 전에 수거할 필요가 없어졌지만 법무부는 감독 공백을 방치하고 있었다”며 “주거 이전으로 인한 감독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등 실효성 있는 재범방지 방안을 마련하라”며 법무부에 제도 정비를 요구했다.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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