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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 너무 많이 잡았나?”… 이젠 제주노루 씨 마를까 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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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 너무 많이 잡았나?”… 이젠 제주노루 씨 마를까 걱정

입력
2019.05.08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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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는 노루 적정 개체 수가 회복될 때까지 7월 1일부터 유해야생동물 지정을 해제하고 포획을 금지하기로 결정했다. 제주도 제공.
제주도는 노루 적정 개체 수가 회복될 때까지 7월 1일부터 유해야생동물 지정을 해제하고 포획을 금지하기로 결정했다. 제주도 제공.

“요즘엔 노루 보기가 쉽지 않아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너무 많아 탈이었는데….”

박미자(43)씨가 살고 있는 제주 제주시 조천읍 와흘리에서는 수년 전만 해도 노루를 만나는 일은 흔한 일이었다. 특히 겨울철이면 집 주변 밭이나 농로에는 한라산에 내려온 노루들이 살다시피 했다. 박씨는 “노루가 2~3년 전부터 확실히 줄었다. 노루를 한꺼번에 너무 많이 잡은 것 아니냐”며 “그래도 노루는 제주를 상징하는 동물인데, 이러다가 아예 사라지는 것 아닌지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제주노루의 보호ㆍ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제주도가 2013년 농작물에 피해를 준다는 이유로 도내에 자생하는 노루를 유해동물로 낙인 찍어 포획에 나선 이후 개체 수가 급감한 탓이다. 최근엔 노루 수가 적정 수준에도 한참 못 미친다는 조사 결과까지 나왔다. 노루 적정 개체 수를 유지하기 위한 과학적 분석과 예측이 빗나간 셈이다. “제주에서 노루의 씨가 마를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자 다급해진 도는 7월 1일부터 노루에 대한 유해야생동물 지정을 풀고 포획을 금지하기로 했다.

8일 도에 따르면 도내 노루 개체 수는 2009년 1만2,800여마리에서 한시적 유해동물로 지정돼 노루 포획이 허용된 2013년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했다. 실제 2015년엔 8,000여마리, 2016년 6,200여마리, 2017년 5,700여마리, 2018년 3,800여마리로 줄었다. 이는 도 세계유산본부가 적정 개체 수로 제시했던 6,110마리에도 크게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앞서 2000년까지만 해도 제주노루는 제주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동물로 인식돼 매년 겨울철 먹이주기와 밀렵단속 등 대대적인 보호운동이 펼쳐졌다. 하지만 보호운동 결과 노루 개체 수가 급격히 증가해 농작물 피해가 급증하고, 차량에 동물이 치여 죽는 ‘로드킬’로 인한 인명 피해까지 발생하는 부작용이 잇따랐다.

이에 도는 제주노루 개체 수를 관리하기 위해 2013년 7월 1일부터 올해 6월 30일까지 한시적 유해동물로 지정했다. 이에 따라 해발 400m 이하 지역에서 노루 포획이 허용돼 지난해 말까지 노루 7,032마리가 잡혔다. 여기에 지난 6년간 로드킬로 인해 2,400여마리가 죽고, 들개의 공격과 자연사까지 겹치면서 노루 개체 수가 급감했다.

이처럼 노루 개체 수가 크게 줄어든 이유는 노루 포획 과정에서 적정 포획 수를 예측하는데 실패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도는 매년 새로 태어날 개체 수를 비롯해 로드킬, 자연사 등을 예측한 후, 이를 반영해 적정 포획 수를 결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미 2016년 노루 수가 적정 관리 개체 수에 근접했는데도 포획 수는 2017년 700마리 이내, 2018년 900마리 이내로 오히려 늘어났다. 결국 도의 유해동물 지정 정책이 적정 개체 수 유지ㆍ관리가 아닌 포획에 초점이 맞춰진 데다, 관리 예측도 실패하면서 노루 수가 크게 줄어 되레 종 보존을 위한 정책이 필요한 시점까지 몰고 왔다는 비판이 나온다.

제주환경운동연합도 이날 논평을 통해 “노루가 급감한 상황에서도 농가 피해가 감소하기는커녕 오르락 내리락을 반복하며 사실상 포획의 효과가 크지 않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농가피해를 이유로 한 노루 포획 명분이 상실된 것”이라며 “더 큰 문제는 노루의 감소세가 뚜렷함에도 불구하고 도가 매년 적정 개체 수 이상으로 유지될 것이란 잘못된 데이터를 제공해 왔다는 점”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제주노루는 제주에만 존재하는 특산종일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알려지는 등 생물다양성의 관점에서 반드시 보호관리가 필요한 야생동물”이라며 “도는 단순히 유해야생동물 지정을 1년 유예하는 방안이 아니라 완전해제를 추진하고, 노루에 대한 제대로 된 생태와 서식연구를 통해 보전관리방안을 새롭게 정립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김영헌 기자 taml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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