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도 내로라하는 사랑 축제 중 하나인 전북 남원 춘향제가 8일 화려한 막을 올렸다. 올해로 89번째를 맞는 춘향제는 ‘광한춘몽(廣寒春夢)-사랑에 빠지다’를 주제로 내걸었다. 광한춘몽은 말 그대로 ‘600주년을 맞는 광한루(명승 제33호ㆍ보물 제281호)에서 봄날 꿈 같은 축제를 즐기자’는 뜻이 담겼다. 축제는 12일까지 닷새간 광한루원과 요천 일대에서 펼쳐진다.
이번 축제의 공연은 전통문화・공연예술・놀이체험・부대행사 등 4개 분야 24개 종목으로 꾸며졌다. 전통을 기반으로 퓨전음악, 제3세계음악, 실험예술, 컨템퍼러리국악 등 다양한 장르를 접목해 공연예술제의 영역을 넓힌 게 특징이다. 남녀노소 누구나 함께 축제를 즐기고 참여할 수 있도록 퓨전ㆍ대중공연도 늘렸다.
무엇보다 행사기간 내내 수준 높은 전통국악 공연을 만날 수 있다. 실제 46회의 역사를 가진 한국 최고의 명인명창 등용문인 '춘향국악대전'은 10일부터 12일까지 사랑의 광장과 광한루원 완월정 무대에서 열린다. 판소리, 민요, 무용, 기악관악, 현악ㆍ병창 5개 분야에서 경연이 펼쳐지고 야외 공개행사로 공정성도 한층 높였다. 그 동안 조상현, 성창순, 남해성, 안숙선 등 우리시대 최고의 명창을 배출됐다.
1년에 한 번만 개방되는 광한루각에서 펼치는 ‘국악대향연’도 대통령상을 수상한 명창의 소리와 명인 연주, 명고의 장단 등 전통 국악의 정수를 느낄 수 있는 기회다. 국립민속국악원이 함께하는 개막 공연, 남원시립국악단과 시립 농악단의 사물놀이, 국악과 다양한 음악이 만나는 각종 무대도 마련됐다.
젊음의 땀과 열정을 느낄 수 있는 프로그램도 볼만하다. 달빛춤판에선 ‘7890 고고장’, ‘EDM DJ파티’를 테마로 흥겨운 무대가 펼쳐지고, 차 없는 거리에선 버스킹 공연이 매일 열린다. 남원예촌 마당에서는 우리의 전통 생활공간에서 재즈와 제3세계음악이 어우러져 쉽게 접하기 어려운 공연이 열린다.
선녀들이 춤과 노래를 부르며 하늘로 올라갔다는 승월교 아래에서는 흥겨운 춤판이 벌어진다. 전국의 비보이가 모여 공연하는 방자춤판이 펼쳐지고 광한루원 정문에 마련한 몽룡놀이터에서는 관광객을 위해 국내 최정상급 복화술사가 펼치는 복화술쇼, 마술풍선쇼, 창작인형극, 길거리 퍼포먼스 등 어린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춘향제의 대표 행사인 춘향길놀이는 공연 일정을 하루에서 이틀로 늘리고 참가자와 관광객이 함께 한 편의 공연을 만들고 남원국악예술고 학생들이 판소리 아홉마당을 공연한다. 타임머신을 타고 300여년 전 조선시대를 여행하는 춘향시대는 광한루원을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공간으로 꾸며 사랑을 테마로 한 춘향 골든벨, 이몽룡 잔치 퍼포먼스를 연다.
민속씨름대회, 춘향 사진촬영대회 등의 부대행사도 펼쳐진다. 광한루원 앞 특설무대에서는 어린이를 위한 인형극, 버블쇼, 서커스 등의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춘향제향, 춘향사랑 백일장대회, 오페라 뮤지컬 갈라 콘서트, 공연 ‘세상이 열린다’, 춘향전 학술 심포지엄과 세기의 사랑 공연예술 등이 차례로 관객을 찾아간다.
이환주 남원시장은 “올해 처음으로 라디오 공개방송을 마련해 춘향제가 전파를 타고 전 국민에게 다가간다”며 “남녀노소 누구나 함께 참여하며 즐기는 봄날의 꿈같은 축제로 꾸며 많은 관광객이 찾아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어 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하태민 기자 ham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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