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문(61) 야구대표팀 감독이 ‘애제자’ 나성범(30ㆍNC)의 부상 소식에 착잡한 심경을 감추지 못했다.
지난 3일 창원 KIA전에서 주루 도중 오른쪽 무릎이 꺾이는 중상을 당한 나성범은 전방십자인대 파열로 판명 나 5일 수술을 받았다. 재활에만 6개월 이상 소요되는 치명적인 부위다. 평소 표정 변화가 별로 없던 나성범은 쓰러지면서 극심한 고통을 참지 못했다. 김 감독은 8일 “(나)성범이를 오래 봤지만 그런 괴로운 표정을 본 적이 없었다“고 했다.
메이저리그 진출과 자유계약선수(FA) 자격 획득을 미룰 수밖에 없게 된 나성범과 핵심 선수를 잃은 소속팀 NC 모두 크나큰 손실이다. 그것만이 아니다. 나성범은 올 시즌을 앞두고 김 감독의 대표팀 사령탑 선임 소식에 “나에게는 고마운 분이자 스승이다. 나를 이만큼 키워주신 분이 김경문 감독님이다”라면서 “시즌 끝나고 대표팀에 합류하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도 해봤다”며 대표팀 승선에 대한 희망을 숨기지 않았다. 김 감독은 NC 사령탑 시절 투수로 입단한 나성범을 타자로 전향시켜 KBO리그 정상급 외야수로 키웠다.
지난해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는 뽑히지 못했지만 나성범은 2015년 프리미어 12 초대 대회 우승도 함께 했다. 시즌에 돌입해서도 부상 전까지 타율 0.366, 4홈런, 14타점 등으로 활약하고 있어 ‘이변’이 없는 한 11월 열리는 2회 프리미어 12 대회에서 ‘스승’ 김 감독과 재회는 유력해 보였다. 때문에 나성범의 부상은 대표팀에도 아쉬운 소식이다. 김 감독은 지난 2월 본보와 인터뷰에서 “오른손 타자가 부족하다”는 말로 왼손타자는 염두에 두고 있는 후보군이 있음을 우회적으로 드러냈다. 그 중 한 명이 나성범이었던 것이다.
김 감독은 그러나 “대표팀을 떠나 (나)성범이의 부상은 안타깝다. 쾌유가 먼저”라고 스승이자 야구선배로서의 진심을 먼저 보였다.
그는 “(나)성범이뿐 아니라 모든 선수들이 부상을 조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종종 야구장을 찾는 그는 “요즘은 잘 하면 잘하는 대로, 못 하면 못하는 대로 팀 성적이 예민해질 시기라 조용히 한번씩 다녀온다”면서 “벌써 5월이니 시간이 빨리 간다. 열심히 선수들을 관찰하고 있다”고 전임 감독으로의 근황도 전했다.
프리미어 12는 9월 3일까지 예비 엔트리(45명)를 제출하고 최종 엔트리(28명) 마감은 10월 3일이다.
성환희 기자 hhsung@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