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북 동해 도발이 대화 깨는 건 아니라 판단… 사드 이후 단체관광 금지 해제 요청엔 원론적 입장”
문희상 국회의장은 8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을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또 지난 4일 북한의 동해상 도발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미국과 관계를 깨고 회담을 안 하겠다고는 해석하지 않는 게 중국의 평가”라고 전했다. 이어 2016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배치 발표 이후 지속되고 있는 중국의 한국 단체관광 금지를 “포괄적으로 해제해달라”고 요구했다면서 “중국 측이 구체적이진 않지만 찬성 입장을 밝혔다”고 말했다.
6일부터 2박3일간 일정으로 베이징(北京)을 방문한 문 의장은 이날 국빈관인 댜오위타이(釣魚台)에서 한국 특파원단과 만나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과 미국의 신뢰를 받는 복덕방이라면, 중국은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촉진자”라며 중국 역할론을 강조했다. 또 “북한에게 사회주의가 망하지 않는다는 희망을 주면서 비핵화가 되면 체제를 보장할 수 있다는 점을 설득력 있게 추진해달라고 중국에 요구했다”면서 “기꺼이 그렇게 하겠다”는 긍정적인 답변을 받았다고 소개했다. 문 의장은 방중 기간 한국 국회의장 격인 리잔수(栗戰書) 전국인민대표대회의 상무위원장과 양제츠(杨洁篪) 중앙정치국 위원 겸 중앙외사공작위 판공실 주임, 왕치산(王岐山) 국가부주석 등을 만났다. 하지만 시 주석 접견은 물론 당초 추진하던 리커창(李克强) 총리와의 회동도 불발됐다.
문 의장은 다음달로 거론되는 시 주석의 한국 방문에 대해 “방한 문제는 제가 요청했지만, 외교 당국에서도 막연한 낙관론으로 이야기하긴 어려운 상황”이라며 “상황에 따라 가능할 수도 아닐 수도 있는데다, 중국 측에서도 이에 대해 딱 부러지게 간다, 안 간다고 말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중 양국은 6월28~29일 일본 오사카(大阪)에서 열리는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에 맞춰 시 주석의 방한을 추진하고 있다. 시 주석은 2014년 7월, 문 대통령은 2017년 12월 각각 상대국을 방문했다.
북한의 4일 동해상 발사에 대해 문 의장은 “중국은 발사체인지, 단거리미사일인지 딱 부러지게 해석하지 않았다”며 “어쨌든 북한이 대화를 하지 않겠다는 표시로는 볼 수 없다는 게 중국의 전체적인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 동석한 박병석 민주당 의원은 “중국은 북한의 전술무기시험에 대해 특별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면서 “(북미 대화의) 큰 흐름을 바꾸지는 않는다고 해석했다”고 설명했다. 박 의원은 “4차 남북정상회담을 포함한 남북관계 개선을 촉진해달라는 요청에 중국 측은 매우 긍정적인 태도를 보였다”고 부연했다.
하지만 사드는 여전히 한중 간에 껄끄러운 이슈였다. 문 의장은 “중국 지방별로 어느 곳은 한국 단체관광 금지를 풀고 다른 곳은 안 풀었다”면서 분명하게 짚고 넘어갔다. 반면 중국 권력서열 3위인 리 위원장은 서류를 꺼내 들고는 정부 입장을 그대로 읽었다고 한다. 문 의장은 “혹 실수할 까봐 그런 것 같다”며 당시의 경직된 상황을 전했다. 이에 문 의장은 “사드 문제는 한반도 비핵화가 해결되면 저절로 끝날 문제”라며 “그러니 중국이 촉진자 역할을 더 잘해달라”고 언급하는 선에서 그쳤다고 말했다.
문 의장은 당초 국회 패스트트랙 사태 도중 저혈당 쇼크로 쓰러져 병원에 입원했다가 퇴원한지 불과 사흘 만에 중국을 찾았다. 이에 문 의장은 “심장 시술을 받아 일단 스턴트를 4개 박은 상태로, 6개월쯤 지나면 심장 판막 수술을 할지도 모른다”면서 “하지만 지난 5년간 국회의장이 중국에 오지 못했고, 최근에는 (국내정치 파행으로) 두 차례나 방중 하루 전에 일정이 취소됐던 터라 약속을 지키기 위해 왔다”고 말했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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