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다투약 병의원 23곳 수사의뢰
오남용 의심 환자도 49명 적발
A씨는 최근 강남구의 한 B의원에서 가짜 주민등록번호를 대고 진료를 받았다. 이때 의사 이름과 면허번호를 알아냈고 수기로 처방전을 위조해 향정신성의약품 수면제 ‘졸피뎀’을 약국에서 조제 받았다. 이 약국에선 B의원 명의로 작성된 수기 처방전이 다수 발견됐다. 보건당국은 이를 마약류 의약품을 불법으로 처방 받은 증거로 판단하고 검ㆍ경에 수사를 의뢰한 상황이다.
의료용 마약류를 부적절하게 관리한 병ㆍ의원과 불법 투약이 의심되는 환자들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대검찰청과 경찰청,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합동으로 의료용 마약류를 취급하는 전국 병ㆍ의원 3만6,000여곳 가운데 불법행위가 의심되는 52곳을 추려내 지난달 기획 점검한 결과,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을 위반한 27곳을 적발했다고 8일 밝혔다. 조사대상은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의 빅데이터를 분석해 프로포폴 과다투약 등 의심스러운 기록이 많은 의료기관이 선정됐다.
주요 위반사항은 처방전에 따르지 않고 마약류를 투약하거나(4건) 사실과 다르게 마약류 취급내역을 보고하는(4건) 경우 등이었다. 보고한 재고량과 실재 재고량이 다른 경우(2건)도 있었다. 식약처는 위반 정도가 가벼운 4곳에 대해선 담당 지방자치단체에 행정처분을 의뢰하는 한편, 마약류 과다투약이 의심되는 의료기관 23곳은 행정처분(10곳)과 함께 검ㆍ경에 수사를 의뢰했다고 밝혔다.
이번 점검에선 마약류 오남용이 의심되는 환자 49명도 적발해 함께 수사를 의뢰했다. 44명은 하루에 3곳 이상, 최대 6곳까지 병ㆍ의원을 돌아다니며 프로포폴을 투약 받아 의료목적 이외의 마약류 투약이 의심됐다. 마약류 처방전을 위조한 환자 A씨 이외에도 4명이 사망자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등을 이용해 진료를 받고 처방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식약처는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 도입으로 인적 정보와 투약, 조제정보 등이 포함된 빅데이터를 분석해 오남용 등 위반 가능성이 높은 대상을 찾아낼 수 있게 됐다”면서 “3월부터 수사ㆍ단속 관련 6개 기관이 참여해 운영 중인 ‘범정부 합동단속점검 협의체’를 통해 의료용 마약류 범죄에 대한 공동대응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김민호 기자 km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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