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생산업체 빈패스트, 과거 실패 딛고 5월 27일 시험 생산 시작
국제 경쟁력ㆍ정부 전폭 지원 등 과거와 달라 시장 안착 기대감
선진국의 기술과 부품을 이용해 조립한 베트남산 자동차는 이전에도 있었다. 하지만 경쟁력을 갖추지 못해 모두 도태됐다. 이번 빈패스트의 경우에도 글로벌 업체들의 기술을 수혈 받아 생산하지만, 국제 수준의 경쟁력을 갖췄다는 자체 평가와 함께 러시아 등지로 수출 계획을 밝히고 있는 만큼 이전의 자동차들과는 차원이 다르다. 특히 철강 등 소재산업과 전기ㆍ전자 등 첨단 분야의 성장을 이끌기 위해 베트남 정부가 자동차산업 육성 명목으로 빈패스트를 전폭 지원하고 있는 만큼 시장 안착에 대한 기대감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실제 이전의 자동차 생산 수준은 당시 선진국 완성차 업체 수준에 비할 데가 아니었다. 1958년 ‘찌엔 탕’이라는 회사가 있었지만, 프랑스의 프리게이트 모델을 리모델링해 내놓은 차량을 수제작 방식으로 생산하는 데 그쳤다. 철공소 같은 곳에서 차 한 대를 만드는 데 500명의 사람이 매달렸다. 이듬해 9월 바딘 광장에서 열린 국가행사에 참가했지만, 후진적인 생산 방식에 따른 낮은 품질과 비싼 가격 탓에 수출은 물론, 판매가 되지 않아 오래가지 못했다.
수제작의 한계를 경험한 이후 1970년, 베트남 전쟁이 한창이던 시절, 당시 월남에서 ‘라 달랏’이라는 회사가 프랑스 시트로엥의 도움으로 비교적 현대화된 생산 공장에서 자동차 생산을 시작했다. 그러나 1975년 월남이 패망하면서 오래가지 못했다. 이후 80년대 경제 개방ㆍ개혁 정책인 도이머이(쇄신)가 시행되면서 1991년 ‘메콩자동차’가 다국적 합작법인으로 출범했지만, 1995년부터 도요타, 포드, 크라이슬러 등이 외국 자본이 합작법인 형태로 진출해 월등한 성능의 자동차를 만들어 내면서 사실상 도태되다시피 했다. 메콩자동차는 이름이 지금도 남아 있지만, 중국의 값싼 상용차를 위탁 생산하는 업체로 남아 있다.
2000년대 들어서도 높은 경제성장을 바탕으로 한 자동차 수요 급증과 자국산 자동차에 대한 국민적 열망으로 또 한 번의 시도가 이뤄졌다. ‘메이드 인 베트남’ 자동차에 대한 열망을 업고 2004년 출범한 ‘비나수키(Vinaxuki)’사가 대표적이다. ‘베트남의 영광(VG)’이라는 프로젝트명으로 4ㆍ7인승 승용차 생산을 위해 개발비로 당시 2,500억동(약 125억원)을 투입했지만, 이후 닥친 글로벌 금융위기로 급등한 금리 탓에 손실이 커지면서 결국 문을 닫았다. 지난 2012년의 일이다.
빈패스트는 그로부터 5년이 지난 2017년 9월 베트남 자국 모델 생산을 선언했고, 그 후 2년이 채 안 되는 기간에 공장을 지어 올려 세상을 놀라게 한 데 이어 본격 생산을 앞두고 있다.
하이퐁=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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