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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붐업! K리그] K리그 열망, 방송사 넘어 SNS채널 달군다

입력
2019.05.09 07:0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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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K리그 콘텐츠 유통채널의 확장

#올해로 37번째 시즌을 맞는 K리그는 아시아 최고수준의 프로축구 리그로 평가되지만 스타들의 해외 이적과 구단 운영의 ‘자금줄’ 역할을 하던 기업ㆍ지방자치단체의 지원 축소 등 악재가 겹치며 암흑기를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국일보> 는 연중기획 [붐 업! K리그]를 통해 프로축구 흥행을 위한 과제를 짚고, 축구계 모든 구성원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K리그 부활 방안을 심도 있게 모색하고 있다.

지난 2일 서울 종로 축구회관에서 열린 동해안더비 미디어데이가 BJ 강은비의 사회로 진행된 가운데 아프리카TV를 통해 생방송으로 중게되고 있다. 김형준 기자
지난 2일 서울 종로 축구회관에서 열린 동해안더비 미디어데이가 BJ 강은비의 사회로 진행된 가운데 아프리카TV를 통해 생방송으로 중게되고 있다. 김형준 기자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열린 프로축구 K리그 포항과 울산의 ‘동해안 더비’ 미디어데이는 이전까지 했던 기자회견과 달랐다. 아나운서 또는 리포터가 잡던 진행 마이크를 K리그 스타터(초보자)이자 아프리카TV 방송진행자(BJㆍBroadcasting Jockey) 강은비(33)씨가 잡았다. 그의 개인 인터넷방송채널을 통해 모든 과정이 생중계됐고, 기자회견 전후에도 강씨의 방송은 계속됐다. 스마트폰 하나로 진행한 이날 방송을 최대 200명에 가까운 K리그 팬이 실시간으로 지켜봤다. 팬들은 실시간으로 강씨에게 질문을 던지며 현장 분위기를 전달받고, 선수 인터뷰에도 직접 참여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K리그 팬들은 방송국의 외면으로 경기를 보고 싶어도 볼 수 없는 서러움에 시달렸다. 2010년 이후 인터넷 중계로 활로를 찾았다지만, 그 사이 팬들의 기대치는 더 높아졌고, 스포츠 중계 콘텐츠 유통환경도 급변했다. K리그 현장 곳곳에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콘텐츠 유통 창구를 확장하거나, 자체중계 시스템을 마련하는 등 미디어 환경 변화에 민첩하게 움직였다.

일단 효과는 크다. 8일 프로축구연맹에 따르면 지난 4년간 K리그 경기의 TV 시청률은 정체된 반면 인터넷과 SNS를 통한 팬들의 K리그 콘텐츠 이용이 크게 늘었다. 지상파 평균 시청률은 3년 전인 2016년 1.63%에서 올해 1.5%(5월 4일 10라운드 기준)로 더 줄어든 반면,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K리그 실시간 중계 평균 동시접속자는 같은 기간 1만2,248명에서 2만1,207명으로 73% 늘었다. K리그 공식 유튜브 채널 영상 조회수도 2017년 79만8,449회에서 1년 만인 지난해 409만3,052회로 폭증했다. 지상파 방송사에 중계 결정에 의존했던 시대는 사실상 끝이 난 셈이다.

프로연맹과 구단은 유튜브나 아프리카TV 등 영상 플랫폼을 통해 K리그 관련 콘텐츠 유통 채널을 더 다양하고, 폭넓게 늘리며 팬을 향해 한 발 더 다가섰다. 각 구단들은 ‘선수’라는 자산을 활용해 비공개 훈련 영상이나 현장 인터뷰 등을 꾸준히 내놓는 등 K리그 팬들의 요구에 적극적으로 반응했다. 전북은 올해 겨울 전지훈련부터 선수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담은 ‘프리시즌캠’, 팀에 새로 입단한 선수를 소개한 ‘TMI 인터뷰’ 등을 제작해 호응을 얻었다. 시민구단 대구는 올해 처음으로 이미지 및 영상제작 전문업체와 손을 잡고 홈 경기 스케치와 이벤트 영상을 구단 공식 SNS에 공유했다. 홈경기 실황 영상 ‘쇠돌이캠’을 운영하는 포항은 지난해 4월 중계방송에서 보여주지 않았던 김승대(28)의 라인 브레이킹(오프사이드 라인을 허물어뜨린 플레이) 장면을 영상으로 내보내 호응을 얻었고, 이를 계기로 팬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콘텐츠를 끊임없이 발굴하고 있다.

전북은 유튜브에 구단에 새로 입단한 선수들의 인터뷰 'TMI 인터뷰' 시리즈를 올려 팬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전북 현대 유튜브 캡처
전북은 유튜브에 구단에 새로 입단한 선수들의 인터뷰 'TMI 인터뷰' 시리즈를 올려 팬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전북 현대 유튜브 캡처
포항은 자체 경기 촬영 영상 '쇠돌이캠'으로 지난해 4월 울산전에서 공식 중계방송사가 놓친 김승대의 골 장면을 여러 각도에서 팬들에게 공개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포항스틸러스 공식 유튜브 캡처
포항은 자체 경기 촬영 영상 '쇠돌이캠'으로 지난해 4월 울산전에서 공식 중계방송사가 놓친 김승대의 골 장면을 여러 각도에서 팬들에게 공개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포항스틸러스 공식 유튜브 캡처

일찍부터 SNS 환경 변화에 대응한 구단들은 이제 콘텐츠의 질적 향상에 역량을 쏟고 있다. 페이스북 10만명, 유튜브 5만명 이상의 구독자를 거느린 서울은 아예 2013년부터 소셜미디어 전담 직원을 둬 민첩하게 대응한다. 서울 관계자는 “내부에서 선도적으로 SNS의 중요성을 파악하고 전담 인원을 마련했다”며 “(SNS 채널을 통해)팬들과 직접 소통하는 빈도도 잦아 팬 만족도가 높다”고 전했다. 공식 홈페이지보다 접근이 쉬운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 등 SNS플랫폼으로 소통 창구를 바꾼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는 셈이다. 구단 관계자들은 대체로 빠른 응답을 원하는 10, 20대 젊은 이용자들과 인스타그램을 통해 소통한다고 입을 모았다. 실제 K리그 인기구단의 경우 웬만한 프로야구 구단에 견줘 뒤지지 않는 팔로워를 확보했다.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는 구단 채널도 있다. ‘베트남 스타’ 응우옌 콩푸엉의 입단 이후 해외 팬이 급증한 인천은 반대로 페이스북 관리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페이스북 이용률이 다른 SNS에 비해 현저히 높은 베트남의 특수성을 고려해서다. 인천 홍보팀의 이상민씨는 “콩푸엉 입단 이후 구단 페이스북 팔로워가 4만명에서 7만명으로 늘었다”고 전했다. 대구는 지난달 23일 구단 마스코트 ‘리카’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따로 개설하며 틈새 시장 공략에 나섰다. 이제 막 첫 발을 뗐지만 특히 여성 팬들에게 인기가 높다. 모두 과거 일방향 중계방송 시스템에서는 불가능한 일들이다. 한정된 예산과 인력으로 최대한의 효과를 얻기 위한 노력이다.

K리그1 대구는 구단 마스코트 공슴도치 '리카'를 활용해 인스타그램 마케팅에 활용하고 있다. 리카만의 인스타그램 계정이 따로 있다. 대구FC 공식 인스타그램 캡처
K리그1 대구는 구단 마스코트 공슴도치 '리카'를 활용해 인스타그램 마케팅에 활용하고 있다. 리카만의 인스타그램 계정이 따로 있다. 대구FC 공식 인스타그램 캡처
한국프로축구연맹에서 자체 제작한 K리그 최초 웹드라마 '투하츠'의 한 장면. K리그 유튜브 캡처
한국프로축구연맹에서 자체 제작한 K리그 최초 웹드라마 '투하츠'의 한 장면. K리그 유튜브 캡처

프로연맹도 올해부턴 아예 중계방송과 소셜미디어만을 전담하는 뉴미디어팀을 신설해 적극적인 대응에 나섰다. 사두진 프로축구연맹 뉴미디어팀 팀장은 “유튜브 플랫폼의 트래픽 증가와 함께 자체제작 콘텐츠가 많아진 것이 상승 요인”이라며 “골수팬과 신규팬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도록 투트랙(two-track)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슈퍼매치와 동해안더비의 미디어데이 자체 중계도 이 같은 전략의 일환이었다. 기존의 대학생기자단도 올해부터 ‘TV크루’로 이름을 바꿔 텍스트보다 영상 콘텐츠 생산에 공을 들이고 있다. K리그 공식 유튜브 구독자는 지난해 12월 1만9,233명에서 4일 기준 3만7,955명으로 5개월 만에 2배 가까이 늘었다.

K리그 관계자들은 SNS에서의 인기 상승 배경엔 선수들의 인식 변화도 빼놓을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경기만 잘하면 끝이란 생각을 접어두고, 팬들과 소통을 위해 본인이 직접 SNS 채널을 운영하거나, 구단의 촬영 요구에 적극적으로 응하면서 팬들과 접점이 크게 늘었단 얘기다. 여기에 화끈한 공격축구로 K리그 인기가 오르자 선수들의 SNS활동과 참여에 대한 팬들의 반응은 더 뜨거워졌다. 한 구단 관계자는 “최근 K리그 인기가 높아지면서 각 구단 SNS 인기도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승엽 기자 sy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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