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를 10년 넘게 했는데도 보기 플레이를 벗어나지 못하는 골퍼들이 많다. 컨디션이 좋은 날은 가끔 싱글도 하지만 대부분이 운이 따르거나 핀의 위치가 쉬울 때이다.
골프는 끝없는 연구와 실습을 통한 훈련으로 자기 나름대로 최고의 스윙을 만들어야 한다. 연습을 통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더 세심한 부분까지 다듬어 나가는, 이를테면 거대하고 정밀한 퍼즐게임 같은 운동이다.
퍼즐을 맞출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바깥 테두리를 먼저 제대로 놓는 것인데, 골프도 마찬가지다. 누구를 통해 기본을 익히는지가 굉장히 중요하다.
연습을 아무리 해도 실력이 늘지 않은 것은 바로 시작이 잘못되었기 때문이다. 골프를 시작한 후 한달 안에 모든 스윙은 만들어진다. 여기서 중요한 것이 정확한 교습이다. 인터넷이나 어설픈 지식에 의지하지 않고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스윙을 배워야 나쁜 습관들의 싹을 자를 수 있다. 와이셔츠를 입을 때 첫 단추를 잘못 꿰면 결국 단추를 풀고 새로 시작해야 하듯이 아무리 스윙 연습을 해도 늘지 않는다면 새로 시작할 필요가 있다. 주위의 골퍼들에게 의견을 물어보거나 연습장에 문의를 해서 나와 맞는 프로를 찾는 것이 좋다. 한 가지 조언을 하자면, 자기 나름의 소신이 있고 티칭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프로, 즉 골프의 멘토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
인생의 멘토처럼 이야기를 들어주고 샷의 문제를 놓고 대화할 수 있는 멘토가 골프에도 필요하다. 원조 골프 황제로 통하는 잭 니크라우스에겐 잭 그라우트가, ‘필드의 신사’ 탐 왓슨에겐 스탄 더스트 같은 멘토가 있었다. 멘토의 힘이 그들의 성공을 구성하는 8할의 요소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고맙게도 지난 20년 동안 나의 멘토가 되어 주신 분은 US 오픈과 PGA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브룩스 켑카의 스승이기도 한 웨런 버킷이다. 최초의 마스터 프로이고 현재 PGA내셔널에서 일하는 그는 내가 티칭을 하다가 문제에 부딪히면 그때마다 함께 해결책을 찾아 준다. 더불어 그를 통해 미국 최고의 골프 교수들을 만나는 영광을 얻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만약 골프의 멘토를 찾았다면 그 다음은 신뢰가 중요하다. 이 스윙이 나에게 적합한지 충분한 논의와 검토가 이루어진 후에는 원 플랜 스윙이든 투 플랜 스윙이든 그것을 믿고 따라야 한다. 이를테면, 어떤 플레어는 엉덩이의 움직임이 좌우가 쉽고 어떤 플레어는 상하가 쉬울 수 있다. 엉덩이의 움직임이 좌우가 쉬운 플레이어에게 투 스윙 플랜을 지도한다면 거기에는 반드시 프로 나름의 이유와 철학이 있기 때문이라 믿어야 한다.
물론 반복적인 연습을 통해 발생하는 문제점들을 해결할 수 있는 프로의 능력도 중요하다. 세바퀴 자전거를 먼저 익히고 두바퀴 자전거에 도전하는 것처럼 오랜 습관을 버리기 위해선 풀 스윙보다는 개념있는 스윙을 연습하고, 골프장에서도 스코어에 매달리기보다 배운 대로 라운딩하는 것이 필수다.
골프와 삶은 나름의 철학이 있어야 한다. 삶의 철학이 없으면 도덕적 해이가 발생한다. 골프도 철학이 빈약하면 남을 따라하게 되고 결국은 또 새로운 스윙을 찾아야 하는 일이 발생한다.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나만의 철학이 담긴 멋진 스윙을 만들어 보자. 올여름 좋은 멘토를 만나 신이 주신 스포츠라는 골프를 마음껏 즐길 수 있는 시즌이 되길 기대해 본다.
김준배 2018 미(美)중서부 PGA 올해의 교습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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