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결 가능성이 높아 보였던 미중 무역협상이 갑작스런 난기류에 직면하면서 연휴를 마치고 개장한 국내 금융시장도 크게 출렁였다. 7일 코스피ㆍ코스닥 지수가 세계 각국 증시와 동조하며 하락했고 원ㆍ달러 환율은 장중 연내 최고치를 돌파했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긴급 회의를 열고 시장 불안 수습에 나섰다.
코스피지수는 이날 전 거래일 대비 0.88% 내린 2,176.99로, 코스닥은 1.1% 내린 753.45로 각각 장을 마쳤다. 지난달 중순부터 급등세를 타고 있는 원ㆍ달러 환율은 오전 중 달러당 1,174원을 찍으며 연고점을 경신했다가, 오후 들어 호주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류허(劉鶴) 부총리가 이끄는 중국 무역협상단이 9일부터 미국을 방문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전 거래일 종가 대비 3.5원 내린 1,166.5원에 마감하는 롤러코스터 장세를 보였다.
이날 시장 움직임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중국과의 무역협상에 불만을 드러내면서 오는 10일부터 중국 수입품 2,000억달러어치에 대한 관세를 10%에서 25%로 인상하겠다고 밝힌 데 따른 것이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도 6일 기자회견에서 “중국이 기존 합의사항 가운데 일부 약속을 어겼다”고 강경하게 발언하며 중국을 향한 압박을 이어갔다. 북한이 연휴 기간이던 지난 4일 단거리 발사체를 쏜 것 역시 시장에 악재로 반영됐다.
한국을 비롯한 글로벌 증시가 미중 무역협상의 타결을 낙관하며 상승해 온 만큼 상황 급변에 따른 충격도 크다. 금융투자업계에선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인상 압박을 계기로 미중 무역협상의 진행 속도가 더뎌질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중국이 6일 주식시장 개장 직전 중소은행 지준율을 전격 인하한 것은 미중 무역협상 장기화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며 “5월 주식시장의 변동성 확대가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정부도 시장 반응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정부는 이날 방기선 기획재정부 차관보 주재로 산업통상자원부, 금융위원회, 한국은행, 금융감독원 관계자 등이 참석한 관계기관 합동점검회의를 개최하고 미중 무역협상 전개 상황에 따라 세계 경제 하방 리스크와 국제 금융시장의 변동성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인식을 공유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이날 한은 간부들을 소집해 주재한 금융ㆍ경제상황 점검회의에서 “미중 무역분쟁 불확실성이 재부각됐지만 무역협상이 진행되고 있는 만큼 크게 불안해할 상황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면서도 “각별한 경계감을 갖고 국내외 금융시장 상황을 면밀히 점검해 필요시 안정화 조치를 적기에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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