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이 서로 9ㆍ19 군사분야 합의를 어기지 말라며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상대방의 군사 훈련을 문제 삼으면서다. 뾰족한 대책 마련 없이 공방만 길어져 남북 합의 무게감만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최현수 국방부 대변인은 7일 정례브리핑에서 ‘북한 단거리 발사체 발사행위를 도발로 보느냐’는 질문에 “일부 군사합의 취지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답하며 “북한이 한반도에서의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는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북한의 군사 행동을 과하게 규정하는 대신 추가 행동 자제를 촉구하는 정도로 메시지 수위를 조절한 것이다.
북한이 단거리 발사체를 여러 발 발사한 당일인 4일에도 정부는 같은 입장을 취했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서면브리핑을 통해 “북한의 이번 행위가 남북 간 9ㆍ19 군사합의의 취지에 어긋나는 것으로 매우 우려하고 있다”며 “비핵화 관련 대화가 소강 국면인 상태에서 이러한 행위를 한 데 대해 주목하며 북한이 조속한 대화 재개 노력에 적극 동참할 것을 기대한다”고 했다.
정부의 이러한 입장은 남북 정상회담을 계기로 지난해 체결한 남북 군사분야 합의서가 ‘단거리 발사체 발사’를 금지 조항으로 명시하고 있지 않으니, 합의를 어겼다고 단정하긴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다만 ‘한반도 긴장완화를 위해 육ㆍ해ㆍ공에서의 모든 적대행위를 금지한다’는 합의서 취지에는 위배된다고 정부는 보고 있다.
북한은 합의를 깬 건 남한이라는 입장이다. 대남선전매체 메아리는 7일 ‘북남관계의 앞길에 어두운 그림자를 던지지 말라’는 제목의 논평에서 지난달 22일부터 2주 동안 진행된 연합편대군 종합훈련과 8월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을 대체해 시행되는 ‘19-2’ 동맹 연습을 거론하며 “북남 선언들에 대한 공공연한 배신 행위”라고 규탄했다.
북한이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비난한 게 처음은 아니다. 북한은 2월 북미 하노이 정상회담 결렬 이후 선전매체뿐만 아니라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대변인 담화 등 다양한 형식으로 남한이 군사 합의를 위배하고 있다고 거듭 비난했다. 그러나 애매한 합의서 조항을 두고 공방이 길어지면 상대에 대한 불신만 깊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메아리는 이날 “군사적 도발이 북남 사이의 신뢰를 허물고 사태를 수습하기 힘든 위험한 지경으로 몰아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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