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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로 간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 “폐질환 중심 피해 기준 확대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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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로 간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 “폐질환 중심 피해 기준 확대해야”

입력
2019.05.07 15:32
수정
2019.05.07 20:34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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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살균제 피해자 박수진씨가 7일 서울 효자동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피해 구제를 주장하며 삭발을 하고 있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박수진씨가 7일 서울 효자동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피해 구제를 주장하며 삭발을 하고 있다.

7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깎여나간 박수진(48)씨의 머리카락이 바닥에 떨어지자 지켜보던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10여 명이 눈물을 흘렸다. 박씨는 옥시에서 출시한 가습기살균제를 썼다가 아들 둘과 함께 면역 질환을 앓게 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이날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달할 공개서한을 손에 들고 삭발을 감행했다. 삭발을 끝낸 박씨는 “우리 아이들에게 국민을 희생양 삼는 나라에서 살지 말라고 전하고 싶다”며 흐느꼈다.

2011년 8월 보건복지부가 가습기살균제를 집단적인 폐손상의 원인으로 지목한 지 8년의 세월이 흘렀다. 하지만 피해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가습기살균제참사전국네트워크(이하 가습기넷)은 정부가 가습기 살균제 피해를 폐질환 중심으로 너무 좁게 해석하는 바람에 ‘진행 중인 피해’를 놓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부의 가습기살균제피해지원종합포털에 따르면 지난 3일 기준 가습기살균제로 폐질환 등의 피해를 입었다고 판정됐거나 피해를 신청한 사람은 6,389명에 이른다. 지난달 26일보다 4명이 늘었다. 이 중 사망 피해자는 1,403명이다.

지난달 25일 폐 섬유화증을 앓던 조덕진씨가 49세의 나이로 눈을 감으며 1명이 추가됐다. 조씨의 어머니 박모씨도 2012년 간질성 폐렴으로 사망했고, 아버지 조오섭(73)씨는 천식을 앓고 있다. 하지만 이들 조씨 부자는 4단계 판정을 받아 피해 사실을 인정받지 못했다.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폐질환 판정 기준은 1단계(가능성 거의 확실)부터 4단계(가능성 거의 없음)인데, 1ㆍ2단계 피해자만 정부 지원금을 받는다. 그나마 조씨 부자는 판정을 받아볼 기회라도 있었다. 이날 삭발한 박씨는 폐질환이 아닌 면역 질환이라 아예 ‘등급 외’의 존재고, 천식을 앓고 있는 두 아들도 천식 치료 내역을 바탕으로 등급 판정을 받아야 한다.

가습기넷은 △피해 판정 기준 완화 △피해단계(1~4단계) 구분 철폐 △정부 내 가습기살균제 태스크포스(TF) 구성 △월 1회 피해자 정례보고회 개최 등을 요구했다. 가습기넷 관계자는 “가습기살균제는 폐는 물론, 피부 등을 통해 온몸에 치명적인 문제를 일으킨다는 사실이 확인되고 있다”며 “정부가 폐질환 중심의 판정 기준을 고수하는 자체가 기업들의 범죄 행위에 면죄부를 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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