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화벌이 통로’ 연말까지 귀환 조치… 북한 미사일 도발도 회담 실패 작용한 듯
러시아가 지난달 말 열린 북러 정상회담 이후에도 올 연말까지 자국 내 북한 노동자들을 북한으로 귀환시킬 것을 미국에 확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으로선 북러 정상회담에서 노동자 송환 문제 등과 관련해 제재 돌파구를 모색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이다. 미국은 연말까지 북한에 대한 제재 압박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보고 북한을 비핵화 협상 테이블에 복귀시키기 위해 제재 유지를 고수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북미 협상에 정통한 외교 소식통은 7일 “유엔 제재 결의안에 따라 자국 내 북한 노동자들을 연말까지 되돌려 보내도록 각국이 약속했고 러시아와 중국도 미국에 확답했다”며 “러시아는 북러 정상회담 이후에도 북한 노동자들의 귀환 조치를 미국에 재확인해 줬다”고 말했다.
북한 노동자들의 해외 파견은 북한 외화벌이의 주요 통로로 지목되어 왔다. 이에 따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2017년 12월 채택한 대북제재 결의 2397호에서 각국이 북한 노동자들을 올해 12월까지 모두 귀환시키도록 했다. 이와 관련, 러시아에는 1만명 이상의 북한 노동자가 체류하고 있어 북러 정상회담에서 주요 의제로 다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북한의 노동자 체류 연장 요청에도 러시아가 귀환 조치를 재확인함에 따라 러시아의 지원을 기대했던 북한으로선 빈손 회담만 한 셈이 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3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가진 뒤 “좋은 대화를 했다”며 만족감을 표시한 것도 러시아의 협조 의사 때문으로 풀이된다.
워싱턴 외교가에서는 북한이 최근 단거리 발사체 도발에 나선 것도 북러 정상회담에서 성과를 내지 못한 데 대한 불만 등이 작용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5일 A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도발이 북러 정상회담 이후에 나온 점을 거론하면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그가 원했던 것을 정확히 얻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같은 날 CBS 방송과의 인터뷰에서도 ““김 위원장이 푸틴 대통령과의 회담 이후에 이런 행동을 결정했다”며 “역사상 북한에 대한 가장 강력한 제재가 가해지고 있으며 김 위원장에 압력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연내 해외 파견 북한 노동자들이 모두 귀환해야 하는 등 각종 제재 조치가 갈수록 북한을 압박할 것으로 보고 있다. 외교 소식통은 “미국은 올해 연말까지 북한이 불편해지는 여러 일들이 일어날 것으로 보고 제재 압박을 그대로 유지한다는 입장”이라며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재개도 안보리 결의 위반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아울러 선박 간 불법 환적 및 사이버 범죄 단속 강화 등을 통해 북한을 최대한 압박해 비핵화 테이블에 끌어내겠다는 구상이다. 미국은 북한이 영변 등 일부 핵 시설만을 협상 테이블에 올리는 부분 비핵화 협상을 거부하고 완전한 비핵화에 이르는 비핵화 로드맵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북한은 조만간 김형준 주러시아 북한대사를 교체할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외무부는 6일(현지시간) “이고리 모르굴로프 (러 외무)차관이 김형준 주러 북한대사를 접견했다. 곧 있게 될 김 대사의 최종 귀국과 관련한 접견”이라고 밝혔다. 그의 후임이 누가 될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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