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ㆍ비장애 벽 허무는 사려 깊은 시선에 입소문
‘좌석 수 어벤져스의 20%’ 악조건 속 작은 반란
슈퍼히어로 광풍이 휘몰아친 극장가에서 작은 반란이 일어났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어벤져스: 엔드게임’(어벤져스4)의 역대급 흥행 질주를 뚫고 한국 영화 ‘나의 특별한 형제’가 어느새 100만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1일 개봉해 6일까지 누적관객수 83만8,706명(영화진흥위원회). 하루 100만명씩 쓸어 담은 ‘어벤져스4’와 비교하면 소박한 숫자이지만, 그만큼 힘겨운 생존 경쟁이었기에 더욱 돋보이는 선전이다.
‘어벤져스4’가 스크린 대다수를 장악한 상황에서 ‘나의 특별한 형제’가 설 자리는 어느 때보다 비좁았다. 토요일, 어린이날, 대체휴일로 이어진 황금 연휴에 ‘나의 특별한 형제’에 주어진 극장 좌석수는 ‘어벤져스4’의 5분의1에 불과했다. 배정 좌석수를 비율로 따지면 ‘어벤져스4’가 64~66%, ‘나의 특별한 형제’가 12~14% 수준이었다. 연휴 3일간 동원한 관객수도 ‘나의 특별한 형제’가 49만9,296명으로 ‘어벤져스4’(240만5,370명)보다 크게 적었다.
하지만 흥행 순도는 ‘어벤져스4’ 못지않았다. ‘나의 특별한 형제’의 좌석판매율은 4일 43.6%, 5일 50.1%, 6일 46.9%로 매우 높았다. 시야가 좋지 않은 좌석을 제외하고 상영관을 가득 채웠다는 의미다. 5일과 6일에는 각각 48.9%과 37.8%을 기록한 ‘어벤져스4’보다 오히려 앞섰다. 덕분에 소폭이나마 좌석수도 점점 늘어났다. 4일에는 33만6,746개, 5일에는 34만8,819개, 6일에는 37만9,555개 좌석이 ‘나의 특별한 형제’에 주어졌다. 배급사 NEW에 따르면 7일에는 대략 44만개 좌석이 배정될 것으로 보인다. 상영 첫 주말에 흥행 절정을 이루고 2주차 평일이 되면 좌석점유율이 줄어드는 일반적인 사례와는 반대인 셈이다.
관객 입소문은 ‘나의 특별한 형제’에 흥행 동력이 됐다. 이 영화는 비상한 두뇌를 가졌지만 목 아래로 움직일 수 없는 지체장애인 세하(신하균)와 어린 아이 지능을 가진 지적장애인 동구(이광수)가 서로에게 부족한 점을 채워 주며 한 몸처럼 살아가는 이야기를 유쾌하고도 감동적으로 그린다. 공감의 힘으로 장애와 비장애의 벽을 허무는 영화의 사려 깊은 시선에 관객들이 뜨겁게 호응했다. 관람객들이 평가를 매기는 CGV 골든에그지수가 97%로 상당히 높고, 포털사이트 관람객 평점도 10점 만점에 9.31점을 기록하고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도 호평 글이 자주 올라오며 입소문이 점점 불어나고 있다. NEW 관계자는 “전 연령층이 즐길 수 있는 휴먼코미디라는 점이 가족 관객에게 호소력 있게 다가간 것으로 보인다”며 “입소문도 좋아서 장기 흥행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영화들이 ‘어벤져스4’를 피해 2주 간격을 두고 개봉일을 잡은 것과 달리 ‘나의 특별한 형제’는 ‘어벤져스4’ 개봉 1주일 뒤 자진 등판했다. 어린이 애니메이션 영화 ‘뽀로로 극장판 보물섬 대모험’을 제외하면 ‘어벤져스4’와 같은 시기에 맞붙은 유일한 한국 영화다. 한 극장 관계자는 “‘나의 특별한 형제’의 선전이 좋은 콘텐츠의 힘을 증명했다”며 “과감한 배급 전략도 주효했다”고 평했다.
주연 배우들과 육상효 감독은 연휴 기간에 극장을 찾아다니며 부지런히 관객을 만났다. 배우 신하균과 이광수, 이솜은 어린이날을 맞아 깜찍한 어린이 옷을 입고 극장에 나타나 화제가 됐다. 영화사도 사전에 몰랐던, 배우들의 깜짝 아이디어였다고 한다. 세 배우는 ‘누가 더 장난꾸러기처럼 보일까’ 내기를 했고, ‘트랜스포머’의 범블비 복장을 한 이광수가 ‘넘사벽’으로 이겼다. 영화사 관계자는 “이날 이광수는 어린이ㆍ가족 관객들에겐 초통령이나 다름없었다”며 “영화의 따뜻한 이야기와 배우들의 화목한 분위기가 관객에게도 잘 전달됐으면 한다”고 바랐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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