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 의원, 진술서 전문 공개…“유시민, 진술서에서 내 이름 78번 언급”
유 이사장 “진술서는 앞부분부터 거짓말” 합수부 수사관 속이려는 의도였다 설명도
‘1980년 서울의 봄’ 상황을 두고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과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사이의 진실 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심 의원은 유 이사장이 계엄사령부 합동수사본부(합수부)에 끌려가 조사를 받을 당시 쓴 진술서를 공개하며 “내 이름이 78번 언급됐다”고 주장했다. 앞서 유 이사장이 1일 자신의 유튜브방송 ‘알릴레오’에서 “비밀조직(서울대 농촌법학회) 구성원은 단 1명도 그 명단에 올라가지 않았다”며 조직을 보호했다고 밝힌 데 대한 반박 차원이다. 두 사람은 서울대 운동권 선ㆍ후배 사이로 심 의원은 당시 총학생회장, 유 이사장은 대의원회 의장이었다.
심 의원은 6일 페이스북과 블로그에 80년 유 이사장이 쓴 진술서의 원본 사진 파일과 텍스트를 공개했다. 심 의원은 “유시민은 그의 진술서에서 나를 78번 언급하며 내 공소사실의 90%를 입증했다”며 “검찰 공소 사실의 핵심 증거로 활용됐다”고 주장했다. 또 “이 진술서로 행적이 소상히 밝혀진 77명의 학우 가운데 미체포된 18명은 그의 진술 직후인 6월 17일 지명수배 됐다”고 재차 주장했다.
그러면서 “유시민의 진술서는 전지적 관점에서 관찰자적 시각으로 학우들의 행적을 상세히 기록했다”며 “유시민은 당시 운동권 핵심인물이었지만 진술서 제출 이후인 1980년 8월 20일 아무런 처벌 없이 불기소로 석방됐다”고 썼다.
심 의원은 “1995년 ‘전두환ㆍ노태우내란사건’ 고발인 자격으로 서류를 작성할 때 ‘김대중내란음모사건’ 피고인들에 대한 검찰의 공소사실 입증 증거였던 유시민의 진술서를 구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김대중내란음모사건 기록은 2011년 ‘5ㆍ18광주민주화운동’ 기록물과 함께 유네스코 세계기록 유산으로 등재된 이래 공개된 적이 없다. 심 의원은 “따라서 김대중내란음모사건의 재판 기록 안에 포함된 합수부 진술서를 공개하는 것은 국민의 알 권리 측면에서도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심 의원은 자신의 진술을 둘러싼 의혹도 해명했다. “본인의 행적에 관한 것이 90%였고 다른 사람에 관한 것은 ‘유시민과 이홍동이 회의에 참석했습니다’와 같이 단순 기술 단 1회였다”는 것이다. 유 이사장이 심 의원 진술서에 나온 내용으로 자신도 진술서를 작성했다는 취지로 답변한 데 대한 반박이다.
심 의원은 또 유 이사장을 향해 “4월 20일 공영방송과 5월 1일 유튜브 방송 알릴레오에서 80년 서울의 봄에 대한 왜곡된 허위사실을 전달했다”며 “그의 진술서는 학생운동권 내부 움직임 등을 진술해 다른 학우들에게는 직접적인 위협의 칼날이 됐다”고 비판했다.
이에 유 이사장은 7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진술서는 앞부분부터 다 거짓말이다. 내가 1980년 3월 심재철 의원을 처음 만난 대목부터 완전히 창작이었다"며 "합수부 수사관들이 '그럴 수도 있겠다' 생각하도록 성의있게 진술하는 것이 중요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시위를 할 때마다 신문에 났던 심 의원이 나 때문에 기소됐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오히려 총학생회장이었던 심재철, 학생활동위원장이었던 이홍동, 그리고 나는 총학생회 간부 3역으로 진술서에 자주 나올수록 좋은 것이었다"고 주장했다.
유 이사장은 또 "진술서의 내용과 방식을 볼 때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창작인지 사람들이 구분하지 못할 것이다. 그걸 일일이 설명하기는 어렵다"면서 "나는 당시 우리의 행위가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 선에서 법적으로 끝나길 바랐다"고 강조했다.
"심 의원이 나한테 없는 진술서를 공개한 것은 잘했다고 생각한다. 그를 상대로 법적 대응을 할 생각도 없다. 이 모든 일을 학생회 간부가 다 한 것으로 진술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 그 점만 이해해주면 된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두 사람의 공방은 지난달 20일 유 이사장이 KBS2 ‘대화의 희열2’ 프로그램에 출연해 “뜻밖의 글쓰기 재능을 발견한 곳이 합수부”라며 “우리 학생회 말고 다른 비밀조직은 노출 안 시키면서 모든 일이 학생회 차원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썼다”고 밝히면서 시작됐다.
방송 이후 심 의원은 페이스북에 “진실을 왜곡했다. 유 이사장이 진술서에 운동권 내부 동향을 적시해 77명 민주화운동 인사들을 겨눈 칼이 됐다”고 반박하는 글을 올렸다.
이에 유 이사장 역시 ‘알릴레오’에서 “당시 학생회 간부를 맡을 때 명단을 진술하게 되면 무엇을 감추고 노출할 것인지 다 합의가 됐다”며 “두들겨 맞으면서도 수배자 명단에 포함이 안 되도록 비밀조직을 감췄다”고 재반박했다.
김지은 기자 lun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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