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철호 부위원장, 선제적 경쟁체제 도입 사례 소개
공정거래위원회가 중국 경쟁당국에 우리나라가 정보통신과 대중문화 산업의 대외 개방을 앞두고 선제적인 규제개혁을 단행해 두 산업을 세계적인 반열에 올려놓은 사례를 소개했다.
공정위는 지철호 부위원장이 이끄는 대표단이 7~8일 중국 하이난에서 중국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 주최로 열리는 제8회 중국 경쟁정책포럼에 참석한다고 7일 밝혔다.
지 부위원장은 7일 포럼 기조강연을 통해 정보통신, 대중문화 2개 산업의 대외 개방과 이 과정에서 공정위가 추진한 규제개혁에 대해 소개했다.
정보통신산업에서는 1988년 말 미국의 통신시장 개방 요구를 시작으로 우루과이라운드(1993년), 세계무역기구(WTO) 체제 출범(1995년) 등으로 대외개방 압력이 높아지자 공정위가 선제적 규제 완화를 추진했다. 공정위는 1990년 국제전화와 이동통신에 경쟁을 도입하고 1994년에는 시외전화, 1995년에는 시내전화에 경쟁을 도입하는 등 세 차례에 걸친 대규모 규제 완화에 나섰다.
이에 유선전화시장은 한국통신, 데이터 통신시장은 데이콤이 독점하고 있던 국내 통신시장에 신규 사업자가 유입되고 다시 ‘요금 인하-수요 증가-신규사업자 진출’의 선순환을 이뤘다. 규제 완화를 통한 경쟁이 국내 통신업계에서 지난 4월 세계 최초로 5G 서비스를 상용화하는 등 세계적인 수준의 첨단 기술력을 키울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됐다는 설명이다.
대중문화 산업도 대외 개방을 통해 ‘K팝’ ‘K드라마’ 등 세계적으로 유행하는 문화 상품을 만들어 낼 수 있었다. 국내 대중문화 산업은 정부가 일본 대중문화 개방에 나선 1998년 이전까지만 해도 대중문화 수입이 법으로 규제돼 있었다. 한국영화 의무상영제(스크린쿼터)에 따른 한국영화 상영 일수도 1년의 40%(146일) 이상으로 못박혀 있었다.
일본 대중문화 개방은 1998년 10월 만화와 국제영화제 수상 영화를 시작으로 1999년 소규모 가요 공연, 2000년 극장용 애니메이션과 모든 가요공연, 게임소프트, 방송프로그램, 2004년 영화 전면 해금, 레코드, CD, 테이프 판매 허용 등 단계적으로 진행됐다. 스크린쿼터제는 2006년 기존 146일에서 73일로 축소했다. 지 부위원장은 “개방 후 외국 대중문화와 경쟁하면서 한국 문화산업의 경쟁력이 높아졌고, 스크린쿼터제 축소에도 한국영화 점유율이 50%를 넘어섰다”고 설명했다.
지 부위원장은 포럼 이후 간린((甘霖) 중국 시장총국 부총국장과의 양자회의를 통해 최근 경쟁정책 동향을 공유하고 협력 강화 방안에 대해 논의할 계획이다.
세종=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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