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봉비평문학상] 심사경위

팔봉비평문학상이 어언 30회째를 맞았다. 이 상은 다른 문학상들과는 달리 팔봉 김기진 선생 자신이 알뜰하게 모아 놓은, ‘초한지와 ‘수호지’ 등의 인세로 만들어진 상이다. 그런 점에서 이 상이 한 세대의 역사를 축적하며 권위 있는 비평문학상으로 확고하게 자리잡은 것은 의미 있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비평문학상의 심사는 어느 해는 쉽고 어느 해는 어렵다. 대체로 수상 후보자가 뚜렷하게 부각되어 있는 해의 심사는 손쉽게 진행되고, 그렇지 못한 해의 심사는 어려움을 겪는다. 그런데 금년도의 심사는 수상 후보자가 오리무중인 상태에서 시작했으면서도 예상외로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그것은 첫째는 심사를 진행하면서 수상자의 장점이 그 모습을 또렷하게 드러내기 시작한 때문이고, 둘째는 심사위원들이 의견의 차이를 조화시키는 미덕, 타인의 주장을 경청하고 수용하는 미덕을 발휘했기 때문이다.
제 30회 팔봉비평문학상의 심사 대상 평론집은 모두 65권이었다. 지난해의 48권에 비해 무려 17권이나 숫자가 늘어났음에도 4월 17일에 열린 1차 회의에서 이 수치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정과리(위원장), 우찬제, 서영채, 오형엽 이 네 사람의 심사위원들이, 이전보다 훨씬 젊어진 심사위원들답게, 빠르게 정력적으로 일을 처리해 나간 까닭이다. 그리하여 1차 회의에서는 어렵지 않게 김진수, 류신, 박상수, 백지연, 복도훈, 이경재의 평론집을 2차 본심에서 검토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5월 1일에 열린 2차 회의의 첫머리는 난항을 예고하는 듯 보였다. 심사위원들이 돌아가면서 자신의 의견을 밝혔을 때, 심사위원들이 선호하는 비평가는 드러났지만 뚜렷하게 수상후보자로 부각되는 후보는 없었다. 그럼에도 이후의 심사는 난항을 겪지 않았다. 심사위원들이 다른 사람의 견해를 고려하면서 차례로 3명씩 후보자를 추천했을 때 후보자는 김진수, 백지연, 복도훈으로 압축되었으며, 이 세 사람 중 수상자를 가려내는 과정도 예상외로 순탄했다. 심사위원들은 공상과학소설을 다루고 있는 복도훈의 평론집이 지닌 개성적 측면에 주목하면서 이제는 이같은 평론집도 수상이 대상이 되어야 한다는 점에 동의했다. 또 백지연의 평론집이 비평의 현장성, 시의성에 가장 충실하다는 점에 동의했다. 그러면서도 김진수의 평론집이 지닌, 나름의 비평적 맥락을 구성하려는 시도와 자기 세계를 만들어 보려는 노력이 더 의미 있는 작업이라는 데 공감했다.
홍정선 팔봉비평문학상 운영위 간사ㆍ인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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