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봉비평문학상] 심사평
김진수의 ‘감각인가 환각인가’, 백지연의 ‘사소한 이야기의 자유’, 복도훈의 ‘SF는 공상하지 않는다’ 등을 중심으로 최종 논의가 진행되었다. 세 권의 비평집은 모두 자기 세계와 개성이 뚜렷하고 나름의 특장을 보여주면서 오랫동안 공력을 들인 비평의 경작지를 보여주고 있었다. 오늘날 한국 비평의 곤경을 뛰어넘는 진지한 이론적 천착과 섬세한 작품 분석을 겸비한 비평집들이었다. 그만큼 최종 수상작을 선정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김진수씨의 비평집은 장기간 미학적 차원에서 자기 세계를 만들려고 노력해온 이론적 고투가 돋보였다. 나름의 비평적 주제나 방법을 견지하면서 다양한 맥락을 복합적으로 구상하려 한 점이 장점으로 평가되었다. 백지연씨의 비평집은 문학 현장을 주시하면서 의미 있는 영역들을 짚어내고, 특히 공공성이나 페미니즘과 같은 시의성을 가지는 주제의식을 천착하는 점에서 시대정신과 부합하는 비평적 특장을 보여주었다. 비평의 태도가 성실하고 진지하지만 한편으로 비평적인 자기 스타일을 좀 더 적극적으로 모색한다면 좋을 것이다. 복도훈씨의 비평집은 SF와 포스트휴먼 주제로 일관한 비평집으로서 SF 영역을 본격적으로 비평 영역에 도입했다는 점, 하나의 일관된 주제로 비평집을 엮었다는 점에서 인상적이고 문제적이었다. 특히 한국 SF의 특수성 논의를 구체적으로 진행했는지, 공상과 인지라는 문제 틀이 SF의 진폭을 적절히 문제화했는지 등에 대해서 논의가 지속되었다.
심사위원들은 세 권의 비평집을 두고 다각도의 논의를 진행하였고, 김진수의 ‘감각인가 환각인가’를 수상작으로 선정하는 데 합의하였다. 진지하게 나름의 미학적 세계를 추구하면서 비평적 스타일을 구축하려고 고투한 비평가의 고독한 열정이 오늘날 비평의 표면성을 반성케 하는 힘을 가지기 때문이다. 수상자에게 축하를 보내며 함께 논의한 다른 비평집들도 한국문학 비평에 중요한 반성적 성찰을 제공한다는 점을 기억하고자 한다.
심사위원 정과리, 우찬제, 서영채, 오형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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