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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할 오늘] 아크라 스타디움 참사(5.9)

입력
2019.05.09 04:40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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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축구 경기장 참사로 기록된 가나 아크라스타디움 참사가 2001년 오늘 일어났다. 사진은 스타디움 바깥에 건립한 추모동상. graphic.com.gh
최악의 축구 경기장 참사로 기록된 가나 아크라스타디움 참사가 2001년 오늘 일어났다. 사진은 스타디움 바깥에 건립한 추모동상. graphic.com.gh

훌리건 난동 등에 의한 최악의 축구장 참사로 잉글랜드 힐스버러 참사와 벨기에 헤이젤 참사를 기억하는 이들은 많다. 1989년 4월 잉글랜드 셰필드 힐스버러 스타디움 참사 때는 96명이 희생됐고, 85년 5월 벨기에 브뤼셀의 헤이젤 훌리건 참사 때는 39명이 숨졌다. ‘아프리카의 검은 별’이라 불리는 축구 강호 가나의 아크라(Accra) 스타디움 참사는 무려 127명의 목숨을 앗아갔지만 아는 이가 상대적으로 적다. 축구 경기 사상 최악의 참사로 기록된 그 사고가 2001년 5월 9일 일어났다.

그날 수도 아크라 스타디움에서는 가나 프리미어 리그 명문 팀인 90년 전통의 홈팀 ‘하트 오브 오크(Heart of Oak)’와 제2도시 쿠마시(Kumasi)를 연고지로 삼은 ‘아산테 코토코(Asante Kotoko)’의 경기가 열렸다. 최강 라이벌 팀의 대결이어서 가나축구협회와 홈 구단 측이 일찌감치 경찰 경비 강화를 요청해둔 터였다.

경기는 먼저 한 골을 넣은 아산테 코토코가 앞서다 후반전 막판에 두 골을 잇달아 허용해 역전패했다. 하지만 코토코 팬들이 보기에, 그 경기의 심판 판정은 표 나게 편파적이었다. 경기 종료 직후 코토코 팬들은 거칠게 항의하며 빈 플라스틱 병 따위를 경기장으로 던지기 시작했고, 일부는 스타디움 의자를 뜯어 던지기도 했다. 1960년 완공된 아크라 스타디움의 플라스틱 의자들은 마음만 먹으면 쉽게 뜯어낼 수 있을 정도로 낡은 상태였다.

가뜩이나 긴장하고 있던 경찰은 즉각 고무탄과 최루탄을 퍼붓기 시작했다. 관중 수만 명이 일시에 출구로 몰려들었다. 스타디움에는 8개의 출구가 있었지만, 폭이 각각 1m 남짓밖에 안 되는 데다 그중 2개는 잠긴 상태였다. 불과 한 시간여 사이에 117명이 인파에 눌려 질식사했고, 10명이 밟히는 등 외상으로 숨졌다. 사고 후 얘기일 테지만 건축 전문가들은 거기를 ‘죽음의 덫(death trap)’이라 불렀다.

가나 정부는 사흘의 국가 추도일을 선포했고, 가나축구연맹은 한 달간 리그 경기를 중단했다. 정부 조사단의 공식 조사를 거쳐 검찰은 경찰 6명을 과잉 진압에 따른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했지만, 법원은 복합적인 원인-스타디움 설계 하자와 관중의 난동ㆍ패닉, 응급 의료 시스템 미비 등-을 들어 전원 무죄를 선고했다. 아크라 스타디움은 FIFA 규정에 따라 보수, 2007년 재개장했다. 최윤필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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