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KBS 예능프로그램 ‘불후의 명곡’ 출연 당시 유호 작가. 방송캡처

대중가요 ‘신라의 달밤’ 노랫말을 쓴 유명 작사가이자 드라마 100여편을 집필, 대한민국 최다작 기록을 갖고 있는 1세대 방송작가 유호(본명 유해준)씨가 6일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98세.

1921년 황해도 해주에서 태어난 고인은 일본 제국미술학교를 마치고 1942년 동양극장 미술부 및 문예부에 들어가며 연극계에 발을 디뎠다. 1945년 서울중앙방송국에서 작가 활동을 시작한 뒤 우리 역사와 말을 되찾기 위한 각종 프로그램 신설과 편성에 참여했다. 1963년부터 TBC 방송국 전속작가로 일하며 드라마 ‘맞벌이 부부’ ‘짚세기 신고 왔네’ 등 수많은 연속극의 대본을 집필했다. 당시 TBC 일요극장의 코너 제목이 그의 이름을 딴 ‘유호극장’으로 바뀔 정도로 이 드라마들은 국민적 인기를 끌었다.

고인은 1950년 신경균 감독의 영화 ‘애인애사’ 시나리오를 쓰고 배우로도 출연했다. 이후 김화랑 감독의 ‘속 자유부인’(1957)과 심우섭 감독의 ‘주책바가지’(1965) ‘미스 촌닭’(1970) 등 여러 영화의 시나리오를 썼다. 김기영 감독의 ‘황혼열차’(1957)에서는 기획과 각색을 맡기도 했다. 고인이 쓴 방송 드라마들도 다수 영화화됐는데, 백호빈 감독의 ‘신식 할머니’(1964) 김수용 감독의 ‘학생부부’(1964) 유현목 감독의 ‘공처가 삼대’(1967) 등이 대표작이다.

고인은 대중가요 작사가로도 유명하다. 1947년 ‘신라의 달밤’ 노랫말을 지으며 작사가로 데뷔했다. 작곡가 박시춘이 작곡한 이 노래는 해방 후 최고 히트곡으로 꼽힌다. 1950~1960년대에 발표된 ‘럭키 서울’과 ‘낭랑 18세’ ‘서울 야곡’ ‘카츄샤의 노래’ ‘맨발의 청춘’ ‘떠날 때는 말없이’ ‘종점’ ‘사랑의 종말’ ‘님은 먼 곳에’ 등 고인이 작사한 수많은 히트곡들은 지금까지도 불려지고 있다.

고인은 한국방송작가협회 이사장을 지냈고, 1987년 한국방송 60주년 문화포상, 2002년 방송인 명예의 전당 헌정, 2011년 대한민국 대중문화예술상 보관훈장을 받았다.

빈소는 가톨릭대학교 은평 성모병원 장례식장 1호실. 발인은 8일이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피플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