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만, 수십만 명의 구독자, 혹은 수백만 건의 조회수를 등에 업은 유튜브 영상 제공자(유튜버)들의 협박ㆍ모욕ㆍ명예훼손 관련 사건이 늘고 있다. 이름 좀 얻었다는 유튜버들이 악성 루머를 퍼뜨리거나, 역사적 사실을 왜곡해 명예를 훼손하고 공인들을 협박하는 일이 발생하면서 법조계에서는 관련 범죄에 대한 단속ㆍ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은 최근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의 집 앞을 찾아가 “자살특공대로서 죽여버리겠다는 걸 보여줘야겠다” 등의 협박성 발언을 한 유튜버 김모씨의 집과 스튜디오를 압수수색하며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구독자 6만명을 보유한 유튜브 채널 ‘상진아재’를 운영하는 김씨는 윤 지검장 외에도 박원순 서울시장, 우원식ㆍ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 손석희 JTBC 사장 등 일부 진보진영 인사들의 관사와 자택을 찾아가 폭언과 협박을 일삼은 것으로 드러났다.
공인뿐 아니라 평범한 일반인이 유튜브 방송의 피해를 보는 경우도 있다. 100만명 가까운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버 A씨는 지난해 초등학교 때 담임 교사 B씨를 비난하는 영상을 유튜브에 올렸다가 고소당해 올해 초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다. A씨는 당시 영상에서 “선생님이 어머니에게 촌지를 요구했다가 거절당하자 나를 신체ㆍ정신적으로 학대했다”고 주장했으나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유튜버들은 표현의 자유를 내세우며 “정부의 단속ㆍ처벌이 헌법적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법조계에서는 표현의 자유를 명분 삼기엔 이들의 행위가 도를 넘어섰다는 지적이 나온다. 검사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표현의 자유에도 한계가 있는 법”이라며 “합리적 피해를 입었거나 동정을 살만한 혹은 참작할 만한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것이 아닌데도 협박을 일삼거나 무작위로 허위사실을 유포하면 범죄로 봐야 한다”고 평가했다.
더구나 유튜브를 통한 협박ㆍ명예훼손 등 범죄는 최대 수백만 명의 구독자를 통해 광범위하게 퍼져나가기 때문에 제대로 된 피해회복이 어렵다. 일례로 5ㆍ18 기념재단은 광주 민주화운동에 북한군이 투입됐다는 허위사실에 맞서기 위해 자체 유튜브 채널을 만들었지만 이 채널은 구독자가 1,300여명에 그쳤다. 사후 피해구제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신문이나 방송 등 기존 언론매체들은 정정보도나 반론보도라도 청구할 수 있지만 유튜브의 경우 운영자인 구글이 외국 회사라 접속차단을 강제하기 어렵다.
법조계에선 이런 특성 때문에 유튜브 범죄에 법원이 더 강력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사적인 테러나 협박, 명예훼손이 판을 치는 사회에선 민주주의, 법치주의가 올바로 설 수 없다”며 “법으로 강하게 다스려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도 “유튜버들의 경우 극단적 주장을 내놓을수록 구독자수가 늘고 조회수가 올라가기 때문에 한 번 이를 맛본 사람들은 반복적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며 “경고 차원에서라도 처벌 수위를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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