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여의도에선] 바른미래당, 이혼도장 못 찍는 ‘바미스러운’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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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의도에선] 바른미래당, 이혼도장 못 찍는 ‘바미스러운’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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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5.07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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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패스트트랙發 내분… 손학규-유승민계 서로 “네가 나가라” 

 정당법상 당에 남는 쪽이 50억 자산ㆍ정당보조금 다 가져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가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손학규 대표와 공동 기자회견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 2019.4.30/뉴스1

여의도 정가에 회자되는 ‘바미스럽다’는 ‘이도 저도 아닌 어정쩡한 상태’를 일컫는 정치권 신조어다. 뿌리가 다른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기계적 조합이라는 태생적 한계 때문일까, 주요 현안에 명확한 당론을 정하지 못하고 애매한 절충안만 되풀이해온 바른미래당에 질릴 대로 질린 출입기자들이 급기야 당명을 축약해 신조어까지 만들어냈다.

바른미래당의 ‘바미스러운’ 행보는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정국 이후, 내분이 최고조에 달한 현재도 이어지고 있다. 당내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최고위원회 와해에도 반쪽 회의를 강행하는 손학규 대표를 비롯한 당권파와 지도부 퇴진을 촉구하며 반쪽 의원총회로 맞서는 비당권파(유승민ㆍ안철수계)는 사실상 별거에 들어갔지만 어느 쪽도 이혼(분당) 도장을 먼저 찍으려 하지 않아 ‘어정쩡한 동거’가 계속되기 때문이다.

6일 공개된 리얼미터ㆍYTN 여론조사에 따르면 바른미래당 지지율은 5.2%로 정의당(6.2%)에도 밀리고(신뢰수준 95%, 표본오차 ±2.2%포인트ㆍ중앙선거관리위 홈페이지 참고) 있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양측이 먼저 분당을 선언하지 못하는 이유가 ‘5%짜리 당 간판 사수’에 있다는 게 정치권 분석이다. 이혼 소송의 걸림돌이 복잡하게 얽힌 재산 분할과 양육권이듯, 당을 먼저 뛰쳐나오는 쪽은 50억원 안팎으로 추정되는 당 자산은 물론이고 당 간판에 딸린 비례대표 13명과 이와 맞물린 정당보조금을 포기하겠다고 선언하는 것이나 다름 없기 때문이다.

현행 정치자금법에 따르면 각 정당에 지급되는 국고보조금은 20석 이상인 원내교섭단체가 총액의 50%를 먼저 나눠 갖고 그 나머지 절반은 의석수와 총선 당시 득표수 비율에 따라 각 당에 배분한다. 비례대표 13명이 보장된 당을 걷어차고 나와 교섭단체 지위를 상실하면 보조금 액수는 크게 줄어드는 구조다. 중앙선관위에 따르면 바른미래당(29석)의 올 1분기 보조금은 24억7,000여만원인 반면 비교섭단체인 민주평화당(14석)은 6억4,000여만원에 그쳤다. 의석수는 두 배 적은 데 보조금은 4배 가까이 차이가 나는 것이다. ‘나가는 쪽이 무조건 지는 싸움’이 될 수밖에 없다.

유승민 바른미래당 전 대표가 25일 서울 여의도 성모병원 앞에서 문희상 국회의장의 오신환 의원 사개특위 사보임 허가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왼쪽부터 하태경, 정병국, 유승민, 오신환, 이혜훈 의원. 2019.4.25/뉴스1

이상돈 바른미래당 의원도 지난달 라디오 인터뷰에서 당 내분과 관련 “정당법상 당에 남아있는 쪽이 (자산을) 다 가진다”며 “남아서 버티면 다 가질 수 있기 때문에 서로 ‘네가 나가라’고 싸우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국민의당 비례대표 출신인 이 의원은 바른정당과의 통합에 공개 반대해 ‘당원권 정지’ 징계를 받은 상태다.

당 간판을 확보해놔야 내년 4ㆍ15 총선 국면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는 전략적 계산도 깔려있다. 총선을 앞두고 바른정당계가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계가 평화당 혹은 더불어민주당과 손을 잡는 상황이 되면 개별 입당 보다는 ‘당대당 통합’이라야 명분도 생기고 향후 공천 지분 확보에도 수월하다. 정계개편을 주도하며 존재감을 과시하는 것은 물론이다.

정승임 기자 choni@hankookilbo.com

※이 코너는 한국일보 국회 출입 기자들이 정가 비하인드 스토리나 색다른 장면, 생생한 여의도 트렌드를 전하는 연재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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