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관함식 홀대 논란 이어 대중 군사외교 실종 우려
8년 만에 재개하려던 국방부 장관의 중국 방문이 무산됐다. 지난달 중국 해군 창설 70주년 관함식에 일본, 북한과 달리 해군참모차장(중장)을 보내 홀대 논란이 불거진 데 이어 대중 군사외교가 사실상 실종된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외교 소식통은 6일 “정경두 장관이 당초 이달 안에 베이징을 찾을 예정이었지만 중국 측과의 협의가 원활하지 않아 일정을 잡지 못했다”며 “올해 안에 성사될 수 있도록 다시 추진하고 있기는 하나 언제가 될지는 알 수 없다”고 밝혔다. 정부는 올 초부터 의욕적으로 정 장관의 방중 일정을 조율해 시점을 5월 초로 잡았다가 다시 5월 하순으로 시기를 늦췄다. 하지만 최근 아예 미루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정부 관계자는 “회담 의제와 시기 모두 정해진 게 없다”고 말했다.
국방부 장관의 중국 방문은 2011년 7월 당시 김관진 장관을 끝으로 8년간 중단됐다. 2015년 2월 창완취안(常萬全) 중국 국방부장이 방한해 한민구 장관과 회담을 가졌고, 우리 측도 답방을 약속했지만 이후 국방수장간의 상호 방문은 이뤄지지 못했다. 지난달 23일 중국 관함식에 권혁민 해군차장을 대표로 보내면서 “지난해 10월 한국을 찾은 중국군 대표의 계급(별셋)을 감안해 상호주의에 따라 참모총장이 아닌 차장을 보낸 것”이라던 군 당국의 설명과도 앞뒤가 맞지 않는 대목이다.
그 사이 중국은 전방위로 한국을 향한 공세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2013년 11월 동중국해 상공에 방공식별구역(CADIZ)을 일방적으로 선포해 이어도 상공을 침범했고, 최근 수년간 거의 매달 하순마다 중국 군용기가 한반도의 동서남해 상공을 오가며 우리측 방공식별구역(KADIZ)을 보란 듯이 무시하고 있는 상태다. 2016년 7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배치 발표 이후에는 ‘한한령(限韓令ㆍ한류 제한령)’으로 민간분야의 교류마저 옥죄고 있다.
이처럼 꽉 막힌 양국의 군사안보 현안을 하나씩 풀어가야 하지만 장관회담이 무산되면서 기회를 또 놓치게 됐다. 특히 6월 시진핑(習近平) 주석의 한국 방문이 유력하게 거론되는 상황에서 껄끄러운 이슈를 사전에 점검할 타이밍마저 날린 셈이다. 4일 북한이 다시 미사일 도발에 나서면서 한중간 최고위급 군사채널 복원은 더 시급해졌다. 일본의 경우 2009년 4월 당시 이상희 국방부 장관의 방일 이후 10년간 국방수장이 대한해협을 건너지 못했고, 지난해 말부터 갈등이 고조된 초계기 레이더 사건에서 보듯 군사외교가 최악의 수준으로 추락한지 오래다.
지난달 8일 부임한 장하성 주중대사도 체면을 구기게 됐다. 장 대사는 취임 일성으로 “한중 양국간 활발한 고위급 교류와 대화를 추진해 전략적 소통과 신뢰를 강화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첫 단추부터 어그러진 셈이다. 한중 관계는 앞서 2008년 전략적협력동반자관계로 격상됐지만 그 실체가 불분명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논란이 일자 국방부는 “올 하반기에 정 장관의 중국 방문을 다시 추진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