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4당의 패스트트랙 강행으로 빚어진 ‘얼음 정국’이 출구를 못찾고 마냥 표류해 걱정이다. 지난달 초 문을 연 4월 국회는 이미선 헌법재판관 등의 임명 강행과 패스트트랙을 둘러싼 여야 육탄충돌 후유증으로 단 1건의 법안도 처리 못한 채 100여건의 고소고발만 주고받는 최악의 기록을 남기게 됐다. 더 큰 문제는 추경예산안 등 처리가 시급한 민생ㆍ노동 현안이 쌓여있는데도 5월 국회마저 기약이 없다는 점이다. 지지세 결집에 고무된 자유한국당이 장외투쟁 수위를 높이며 국회를 보이콧해서인데, 그나마 기댈 곳은 내일 새로 선출되는 더불어민주당 원내사령탑의 리더십이다.
어제 발표된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 조사에서 한국당 지지율은 문재인 정부 들어 최고치인 33.0%를 기록, 직전 한국갤럽 조사의 추세를 재확인했다. 덩달아 황교안 대표 등 지도부의 발언 수위도 높아지고 있다. 황 대표가 연일 장외투쟁을 이끌며 “죽기를 각오하고 투쟁하겠다”고 좌파독재 타도의 투사를 자처하자, 급기야 김무성 의원이 공개석상에서 “4대 강을 해체하는 다이나마이트를 빼앗아 문재인 청와대를 날려버리자”고 막말을 퍼붓는 일도 벌어졌다. 한때 당 대표를 지낸 6선 중진의 발언이라니, 믿기지 않는다.
민주당 반응은 의외로 차분하다. 나경원 원내대표의 ‘김정은 수석대변인’ 발언에 과잉 반응해 역효과를 낳았다는 학습효과이자, 한국당의 원내 복귀가 당면과제라고 판단한 것 같다. 내일 실시되는 원내대표 경선에 나선 후보 3인 모두 ‘대야 관계 회복’을 앞세우며 한국당에 제시할 회군 명분을 고민하는 것과도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격하게 싸울수록 지지율이 올라간다고 판단한 한국당이 7일부터 한달 예정으로 ‘민생투쟁 국토대장정’에 돌입하는 것도 의식했을 게다.
정국 경색이 장기화할수록 답답한 쪽은 민주당이지만 한국당의 부담도 결코 적지 않다. 5당 합의를 뒤집은 한국당의 몽니가 국회 파행의 원인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는데다, 장외투쟁을 지속할 명분과 동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소속 의원들의 삭발 투쟁에 조롱이 쏟아지는 것은 투쟁일변도 전략의 무모함을 잘 보여준다. 민주당 원내대표 경선이 정치복원의 시발점이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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